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라 파스 파라 콜롬비아(La paz para Colombia·콜롬비아에 평화를)"
서로 총을 겨누던 정부와 반군이 마침내 악수하며 서로에게 미소 지었다. 청중들은 서로 손을 맞잡고 경건하게 이 모습을 지켜봤다. 환호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52년 만에 콜롬비아 내전이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과 FARC 지도자인 로드리고 론도뇨(통칭 티모첸코)는 차례로 협정문에 서명하면서 역사의 한 장면을 연출했다. 서명 시 사용한 펜은 내전 종결을 상징하는 총알을 소재로 한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서명식에는 전 세계 유명인사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4년간 평화 협상을 지원해온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등 15개국 대표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각국 외무장관 27명 등이 자리를 지켰다. 서명식에 참석한 참석자 2500명 가운데 내전 피해자도 250명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행사는 약 70분간 진행됐다.
엘 콜롬비아노 등 현지 언론이 전한 내용에 따르면 이날 서명한 내용은 오는 10월 2일 국민투표를 통해 승인 여부를 가른다. 국민투표에서 승인한다는 결과가 나오면 52년 만에 비로소 내전이 종결된다. 26만 명의 콜롬비아 국민들은 이번 서명을 반기고 있다. 반세기 동안의 상흔이 컸던 탓이다.
최근 진행된 설문조사에도 이번 국민투표에서 찬성하겠다는 의견을 보인 응답자는 72%를 넘어섰다. 찬성과 반대가 각각 50%를 차지했던 8월 초의 조사 결과에 비하면 변화가 생긴 셈이다.
콜롬비아 내전은 지난 1964년 시작됐다. FARC가 농민 반란을 벌인 뒤 정부군과의 내전으로 번진 것이다. 이 내전으로 인해 26만 명이 사망했고 800만 명이 집을 잃었다. FARC는 남미에서 가장 오래된 반군 단체로, 보유하고 있는 무장 병력만 7500여 명에 이른다.
민간 피해가 커지자 콜롬비아 정부와 FARC는 지난 1984년과 1991년, 1999년에 각각 협상을 벌였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최근 4년 여간 재협상을 벌인 뒤 마침내 지난달 24일 최종 평화협정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FARC는 6개월 안에 유엔에 무기를 넘기는 등 무장 해제를 마쳐야 한다.
평화협정 체결이 현실화되면서 콜롬비아와의 경제 경로도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일단 지난 7월 15일 발효된 한국·콜롬비아 간 자유무역협정(FTA)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그간 FARC의 활동 근거지였던 콜롬비아 남동부에는 농촌이 많았다. 그간 비교적 개발이 더뎠던 이 지역이 공개되면 경작 가능한 경작지가 기존 700만 헥타르에서 6배(4200만 헥타르)로 확대될 전망이다. 농기계 수요 등 잠재력이 풍부한 만큼 세계 각국이 콜롬비아 진출을 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