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캐나다에서 이른바 '조건부 안락사법안'이 통과했다. 기본권 중 하나인 죽을 권리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복지 정책이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악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BBC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상원은 17일(현지시간)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한 정부의 안락사 입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44, 반대 28표로 가결했다. 당초 상원이 안락사 조건을 보다 넓게 허용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의결해 하원에 송부하면서 가결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그러나 하원이 개정안을 수용키로 하면서 예상보다 빨리 통과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 정신질환이 없는 18세 이상 성인일 경우 △ 치료가 불가능한 질병 또는 장애를 가진 경우 △ 환자가 증인 두 명과 함께 동의서에 사인한 경우 등 조건을 갖출 경우 국왕의 허락 하에 안락사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다른 나라 국민들이 캐나다로 이동해 안락사를 선택하는 이른바 '안락사 관광'을 막기 위해 안락사 허용 대상을 캐나다 자국민 또는 영주권자로 한정했다.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 환자가 동의서를 사인한 이후 약 보름 간의 숙려 기간을 갖기로 했다.
캐나다 의사협회 등은 죽음에 대한 의학적 도움을 규정하게 됐다며 이번 입법을 반기고 있다. 다만 우울증 환자들의 극단적인 선택을 방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 나오고 있다. 모든 국민의 기본권 구현과 더불어 미성년자나 심신장애자에 대한 추가 보호 장치 마련도 숙제로 남아 있다.
현재 안락사는 아일랜드, 네덜란드, 벨기에, 콜롬비아, 룩셈부르크 등 일부 국가에서만 허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