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최 변호사 측은 "정씨를 위해 정당한 변론을 했다"고 주장했다.
정운호 전 대표는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현용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2회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최 변호사가 항소심 재판을 앞두고 '배석판사를 만나 식사를 했다'며 자신 있는 태도로 말했다"고 증언했다.
정 전 대표는 이날 검찰 측 신문에서 상습도박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직후인 작년 12월 최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긴 경위에 대해 설명했다.
정 전 대표는 최유정 변호사로부터 "법원 직원에게 '작업'을 해야 가까운 사람이 있는 재판부에 사건이 배당되게 할 수 있는데 빠르게 손을 써야 한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급해져 사건을 맡겼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또 그에게 "1심 담당 판사의 동생이 변호사인데 1심에서도 내게 사건을 맡겼더라면 이 변호사에게 돈을 줘서라도 집행유예를 받아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착수금 20억원을 받은 최 변호사는 이후 "재판부에 얘기해 보석이 가능하게 됐다"며 성공보수금 30억원을 받아냈지만 사건이 다른 재판부에 배당되자 이 돈을 돌려줬다.
이후에도 최 변호사는 "새 재판부에 가까운 판사가 있어 오히려 잘 된 일", "첫 재판에서 석방될 것"이라며 다시 30억원을 받았다. 하지만 보석 청구가 기각되자 돈을 다시 돌려줬다.
이 과정에서 정 전 대표와 친분이 있는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구속기소)가 "항소심 재판장인 모 부장판사가 한 지방법원장과 친분이 있다"며 "사재를 털어서라도 내가 해결하겠다"고 제안한 사실도 드러났다.
다만 정 전 대표는 "최 변호사가 '해당 부장판사와 법원장은 서로 악연'이라며 만류해 홍 변호사를 말렸다"고 덧붙였다.
실제 정 전 대표가 지목한 부장판사는 사건을 끝내지 않고 올해 2월 정기 인사로 다른 곳으로 옮겼다.
최 변호사는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도 "착수금으로 받은 20억원을 경비로 모두 썼다"며 30억원을 요구했지만 액수가 너무 많다는 정 전 대표의 말에 10억원만 받았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도 징역 8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오전 증인으로 출석한 정 전 대표의 여동생도 "최 변호사가 '높은 분들이 움직이고 있다'며 오빠가 보석으로 풀려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 변호사는 정당한 변론의 대가로 돈을 받았을 뿐 부정한 청탁은 없었다는 기존 주장을 유지했다.
변호인은 "최 변호사는 단지 정 전 대표가 자수성가했고 사회에 기여한 점을 고려해 자신 있게 말한 것으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정 전 대표에게 '법원 일은 로비로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지했다"고 강조했다.
또 변호인은 "정씨가 2심 재판부에 새 '사훈'과 '가훈'을 제시하며 선처를 빌도록 최 변호사가 조언했다"고 주장했다.
사훈은 '다반향초(茶半香初·차를 마신 지 반나절이 됐으나 그 향은 처음과 같다. 초심을 잃지 않고 한결같은 원칙과 태도를 지킨다는 뜻)'였다. 가훈은 '주색잡기 패가망신'이었다. 이처럼 정씨가 새 사훈과 가훈을 정했다면서 도박을 끊고 새사람이 되겠으니 선처해 달라는 취지로 변론했다는 것이다.
정 전 대표는 최 변호사에게 로비스트로 알려진 8인의 명단을 적어 건넨 배경도 설명했다. 그는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되자 여러 사람이 회사와 나를 걱정해 도와주려 나섰다"며 "이에 최 변호사가 '바깥이 너무 시끄럽다'고 말해 내가 우려되는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주며 (구명 활동을) 그만두라고 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정씨와 송모씨에게 '재판부에 청탁해 보석이나 집행유예를 받도록 해주겠다'며 그 대가로 50억원씩 총 100억원의 부당 수임료를 챙긴 혐의로 5월 구속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