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우는 11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 하늘코스(파72·6578야드)에서 열린 메이저대회 이수그룹 제38회 KLPGA 챔피언십(총상금 8억원)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김지영과 공동 선두(16언더파 272타)로 마친 뒤 3차 연장전 접전 끝에 이겨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극적인 승리였다. 배선우는 18번홀(파5)에서 치른 첫 번째 연장전에서 버디 퍼트를 놓치며 패배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김지영의 1.5m 버디 퍼트가 오른쪽 홀을 돌아 나와 2차 연장전으로 갔다. 배선우는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2차 연장전에서도 둘은 약속이나 한 듯 나란히 공을 보내며 파를 기록해 연장 세 번째 홀까지 승부를 끌고 갔다. 먼저 나선 김지영의 버디 퍼트는 홀 바로 앞에 멈췄고, 이어 배선우가 4m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피 말리는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배선우는 지난 5월 E1 채리티오픈에서 첫 우승을 이룬 데 이어 이번 대회에서 두 번째 우승을 거머쥐었다. 특히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아 감격은 두 배였다. 시즌 2승을 챙긴 배선우는 박성현(23·넵스), 고진영(21·넵스), 장수연(22·롯데), 조정민(22·문영그룹)에 이어 올 시즌 5번째 다승 선수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배선우는 우승 상금도 1억6000만원을 받아 상금 랭킹 4위(5억8431만원)로 올라섰다.
배선우는 우승을 차지한 뒤 “연장전에 갈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김지영 선수와 갈 줄은 몰랐다. 연장전을 가기 위해 열심히 쳤다”며 웃은 뒤 “제가 해낸 것 같아 기분이 좋고 감격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배선우는 연장전 퍼트에 대해서도 “떨리기보다는 해가 기울어 잔디가 자란 것을 생각하지 못해 퍼트가 계속 짧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배선우는 자신을 지켜본 아버지에 대한 감사의 뜻도 전했다. 배선우는 “아버지께서 계속 담배를 태우시더라. 그래서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 저도 이제 ‘할 수 있다’라는 것을 알았으니까 걱정 말고 지켜봐주세요”라고 감격적인 소감을 남겼다.
김지영은 연장전에서 또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지난 4월 삼천리 투게더오픈에서 연장 승부 끝에 패하며 이번 대회 설욕에 나섰으나 다시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김지영은 이번 대회 준우승으로 신인왕 타이틀 도전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김지현(23·한화)이 15언더파 273타로 아쉽게 연장전에 합류하지 못하고 3위에 머물렀고, 시즌 8승 도전에 나섰던 박성현(23·넵스)은 1오버파 73타에 그치며 합계 9언더파 279타로 공동 18위에 머물렀다. 박성현은 이번 대회에서 단일 시즌 최다 상금 기록을 갈아치우며 새 역사를 쓰는 데 만족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