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야권에 비해 소극적이었던 여당의 대권 잠룡들이 서서히 몸을 일으키는 모양새다.
새누리당의 유승민 의원과 정우택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이 적극적으로 어젠다(의제) 선점에 나서며 대권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상대적으로 잠잠하지만, 타이밍을 보고 있을 뿐 본격 행보가 머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왜 정의인가'라는 주제로 잡은 유 의원은 국방, 교육, 사법개혁 및 정치개혁 등 사회 주요 분야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이를 두고 사실상 국정 운영방향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권 행보가 아니냐는 질문에 "중요한 이슈들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분명히 할 생각이고, 대선 출마 결심을 하게 되면 당연히 공약도 구체적으로 확실하게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대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이다.
모병제 도입을 주장하며 '모병제희망모임' 창립을 주도한 남 지사는 지난 5일 국회에서 모병제 도입에 대한 1차 토론회를 열며 모병제 공론화에 불을 지폈다.
그는 토론회 직후 기자들에게 "야당(대권주자들)은 어젠다가 아닌 '내가 적임자'라는 담론 위주로 가는 것 같은데, 거꾸로 그런 의미로 보면 여권에서는 내가 더 국민들에게 실제로 필요한 정책 토론을 더 활발하게 하지 않나"라며 자신의 활동을 부각시켰다.
이날 남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 의원님, 모병제에 대해 공개 토론을 시작하려 한다"면서 "의원님은 모병제가 정의롭지 못하다고 하셨는데 누구의 생각을, 어떤 정책을 정의롭지 못하다고 규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여타 주자들의 경계도 눈길을 끈다. 정우택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모병제를 향해 '대선용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고, 또 다른 대권주자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위협으로 심각한 안보위기 상황에서 모병제 논란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하다"라는 글을 썼다.
정 의원의 경우 싱크탱크격인 사단법인 '더좋은나라 전략연구소'를 지난 8월에 설립하고 지난 7일 창립세미나를 열며 대선가도의 신호탄을 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공수처 신설 촉구, 한진해운 사태에 대한 의견 등 현안에 대한 생각을 밝힌 '김문수TV' 영상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업로드하고 있다.
여름 내내 '민생투어'라는 이름으로 전국을 돌았던 김무성 전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 내 공부모임인 '격차해소와 국민통합의 경제교실'을 출범시켰다. 하지만 현안에 대한 입장을 적극 피력하거나 견해를 밝히진 않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최근 자신이 출마했었던 종로구에 '공생(共生) 연구소'를 열었고, '공생'에 대한 저서 발간도 계획하고 있다.
이밖에 새누리당 복당을 거부하고 국회 밖에서 '새 한국의 비전'이라는 정치 싱크탱크를 만든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중도층 흡수를 위한 '제3지대론'을 펴고 있다. '늘푸른한국당' 창당을 추진중인 이재오 전 의원과 내년 초 연대 가능성이 거론된다. 아울러 원희룡 제주지사도 후보군 중 하나다.
반면 '다크호스'로 거론되던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이날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으며 대권 도전에 빨간 불이 켜졌다. 홍 지사는 재판 결과가 나온 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에 발이 얽매여서 내가 갈 길을 가지 않고 주저앉거나 돌아서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단지 항소심 재판에 맞춰서 정치 일정은 재조정하겠다"고 말했다. 도전 의지는 아직 유효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여권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로 꼽히는 주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것은 없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반 총장이 후보로 나온다고 해도 친박(친박근혜)계 꼬리표를 달고나올 경우 선거는 간단치 않을 것"이라며 "당청관계 등 현재 새누리당을 둘러싼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제3의 인물을 모색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