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악의 하루' 김종관 감독,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2016-08-3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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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최악의 하루'를 연출한 김종관 감독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진짜라는 게 뭘까요? 사실 저는 다 솔직했는걸요.”

최악의 하루를 겪은 은희는 다시, 남산에 오른다. 지는 해를 바라보는 그의 얼굴이 쓸쓸하다. 어쨌거나, 결국 하루는 끝나고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 “관객들이 위로와 안도를 얻길 바란다”는 김종관 감독은 자신 혹은 모두의 속성을 잘 꺼내어 관객들 앞에 내놓았다. 상대에 따라 연기를 하고, 어떤 역할을 자처하기도 하는 은희의 얼굴은 김종관 감독을 비롯한 우리 모두와 닮아있다.

영화 ‘최악의 하루’(감독 김종관·㈜인디스토리·제공 배급 CGV아트하우스)는 주인공 은희가 하루 동안 처음 만난 남자와 지금 만나는 남자, 그리고 전에 만났던 남자들과 얽히며 최악의 상황에 빠져버리는 상황들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 '최악의 하루'를 연출한 김종관 감독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은희는 관계에 따라서 성격을 바꿔요. 그게 사람과의 관계에 따라서 일수도 있고, 관계에 따라 은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어요. 문제가 있는 관계 속에서 은희는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한 모습을 보여주죠. 그리 멀리 있는 캐릭터는 아닐 거예요. 저나 제 주변 사람들의 속성을 가지기도 했고요. 어떤 관계에 따라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되는 모습을 담는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때문에 은희는 ‘진짜’에 대해 고민하곤 한다. 상대에 따라 여러 가지 면면이 드러나더라도 은희는 결국 은희니까. 오도카니 지는 해를 바라보는 은희의 뒷모습 역시 마찬가지다. 그 뒷모습은 영화를 아늑하게 또는 쓸쓸하게 보이게 한다.

“영화는 해피엔딩일 수도, 아닐 수도 있어요. 제목은 ‘최악의 하루’지만 어차피 지나가 버릴 시간들이고 그 자체가 은희의 삶에 크게 타격을 줄 일들은 아니잖아요. 그런 것에 위로 안도를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은희는 계속 걷잖아요. 여러 감정으로…. 낙관도 아니고 비관도 아니지만, 기분 좋게 보고 위로를 얻길 바라요. 현실적인 베이스에 난처한 이야기투성이더라도 재밌고, 유쾌하게요.”

‘최악의 하루’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얼굴을 가진 배우들의 앙상블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배우 한예리가 은희 역을 맡아 열연했고, 권율이 ‘지금 만나는 남자’ 현오 역을 연기했다. 이희준은 ‘과거에 만났던 남자’ 운철을, 일본 배우 이와세 료가 ‘오늘 처음 만난 남자’ 료헤이 역을 맡았다.

배우 이와세 료(왼쪽)와 한예리[사진=영화 '최악의 하루' 스틸컷]


“이와세 료를 캐스팅하게 된 건, 제가 ‘한여름의 판타지아’를 보기 전이었어요. 물론 저도 그 영화를 너무 좋아하고 배우의 느낌 또한 매력이 있더라고요. 한편으로는 그 영화를 좋아했던 분들은 ‘최악의 하루’ 속 이와세 료에게 재미를 느낄 거로 생각해요. 전작에서는 안내자였던 남자가 이 영화에서는 여행자로 나오니까요.”

앞서 김종관 감독은 ‘연인들’(2008), ‘조금 더 가까이’(2010) 등 다수의 작품 통해 배우 정유미와 호흡을 맞춰왔다. 때문에 김 감독의 팬들에게는 첫 호흡을 맞춘 한예리에 대한 궁금증과 신선함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정유미도 너무 좋아하고 꾸준히 같이하고 싶긴 하지만 ‘최악의 하루’는 한예리의 톤앤매너가 딱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예리가 더 재밌을 거로 생각하고 함께 일해보고자 했어요. 즐거움이죠. 배우들도 한 감독이랑 오래 함께하는 건 싫을 거예요. 하하하. 배우의 표현에 따라 제 스펙트럼도 넓어지거든요. 여러 배우와의 협업으로 조금 더 나아지길 바라요.”

김종관 감독의 말대로 한예리는 자신만의 색깔로 은희의 매력을 채워갔다. 조곤조곤하면서도 감정의 기복, 격차가 큰 은희는 한예리만의 “여성적, 연기적 특징”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영화 '최악의 하루'를 연출한 김종관 감독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로가 서로에게 맞추는 작업인 것 같아요. 한예리도 제 영화에 적응했고, 저도 한예리에 적응하며 좋은 팀워크를 발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를 찍을 때도, 보고 났을 때도 ‘내가 되게 좋은 배우랑 작업했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원래 영화를 만들 때, 정확한 그림을 만들지 않거든요. 어떤 흐름을 생각해요. 너무 확고하게 정하면 유연성이 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사전에 은희에 대해 한예리와 많은 이야길 나눴고, 어느 면에서는 저보다 은희에 잘 이해하고 있었어요.”

은희 역의 한예리 외에도 권율, 이희준, 이와세 료와의 호흡 또한 즐거운 기억이었다. 배우들은 저마다의 색깔, 면면들로 극의 빈칸을 채워서 차진 호흡으로 재미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권율 역시 다면적인 모습이 있을 거예요. 그 중 현오처럼 밝고, 위트 있는 성격이 있었기 때문에 잘 맞았어요. 영화에도 그의 그런 모습을 이용하고 싶었죠. 이희준은 매우 훌륭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죠. 코믹한 연기나 멜로적인 부분도 다 소화해요. 이와세 료의 경우 배우가 가진 물 흐르듯한 연기적 흐름이 좋아요. 그리고 타국의 배우들과 조금은 어색한 분위기가 극에 더 도움을 줬던 것 같아요. 이런 게 케미스트리인 것 같아요. 주거니 받거니 하는 연기를 워낙 잘하는 사람들이라서요.”

‘최악의 하루’가 흥미로운 것은 이야기의 결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그 이야기가 확장된다는 것이다. 즉 “은희 중심의 플롯으로 읽을 수 있지만 료헤이까지 ‘최악의 하루’가 확장될 수 있고” 여러 가지로 풀이될 수 있다는 뜻이다.

“료헤이라는 작가는 해피엔딩을 만들어 본 적도 없고 자신의 캐릭터를 냉정하게 대해왔어요. 마지막 엔딩장면 보면 텅 빈 남산에 은희와 료헤이만이 남는데 그게 무대 위에 서 있는 느낌도 들죠. 이야기의 확장성, 그 비일상적인 틈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극 중 등장하는 기자 현경도 그런 느낌이길 바라요. 현경과 인터뷰를 하고 료헤이가 홀로 카페에 남는데 이 장면 또한 실제로 료헤이가 홀로 남겨진 것일 수도, 아니면 현경 역시 료헤이가 만들어낸 인물일 수도 있는 거죠. 그런 비현실적인 포인트를 아우르면서 틈이 벌어지는 것, 영화에 대한 의미를 넓게 해석하고 싶었어요.”

영화 '최악의 하루'를 연출한 김종관 감독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김 감독은 ‘최악의 하루’가 관객들에게 “위로와 안도를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작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고 이런 작은 관계에 대한 것들은 많이 만들어지지 않으므로. “이런 포인트로 인해 관객들의 지친 마음, 일상에 위로와 안도를 전하고 싶은” 것이다.

“최근에 임수정, 정유미, 정은채와 함께 ‘지나가는 마음들: 더 테이블’을 찍었고 후반 작업을 하고 있어요. 책 작업을 하느라 글도 계속 쓰고 있고요. 이런 작업은 모두 비슷하게 연관되어 있어요. ‘더 테이블’ 역시 이 동네(서촌, ‘최악의 하루’ 촬영지이기도 하다)에서 찍었고 하나의 공간에서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죠. 미니멀한 콘셉트는 닮았지만 ‘최악의 하루’보다는 훨씬 더 미니멀한 작업이었어요. 두 영화는 닮은 듯, 다른 영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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