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 별관 조사실로 박씨를 소환해 조사 중이다. 박씨는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다.
오전 9시30분께 검찰청사에 도착한 박씨는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 마디도 대꾸하지 않고 잠시 정면만 바라보다가 조사실로 향했다.
검찰 등에 따르면 박 사장은 '연임 로비' 의혹을 받는 남상태(66·구속기소) 전 대우조선 사장의 로비스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1997년 홍보 대행사 N사를 세운 박 대표는 외국계 기업 및 국내 대기업 홍보 대행을 비롯해 재벌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나 금융·산업 분야 대형 '송사 컨설팅'에 나서며 두각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대우조선이 남 전 사장의 재임 시기이던 2009∼2011년 소규모 홍보 대행사였던 N사에 20억원을 지급하며 홍보 계약을 맺은 것이 '연임 로비'와 연관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수사팀은 남 전 사장이 N사에 대형 일감을 몰아준 것이 민 전 행장이나 이명박 정부 관련 인사들과의 친분을 고려한 것이 아니었는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박씨와 민 전 행장의 각종 계약 관계를 둘러싼 의심스런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계좌를 추적해왔다.
민 전 행장이 2008년 산업은행장에 취임하고 나서 산업은행은 주로 외국계 기업의 국내 홍보를 대행해온 소규모 홍보 대행사인 N사와 새로 용역 계약을 맺었다.
민 전 행장은 2011년 산업은행장을 그만두고 나와 사모펀드 운영사인 티스톤파트너스와 나무코프 회장으로 있으면서도 N사와 홍보 계약을 체결하는 등 업무 관계를 유지했다.
박 사장은 주요 기업의 일감 수주에 나설 때나 사석에서 민 전 행장은 물론 전직 검찰 최고위층 간부, 유력 언론인 등과 친분이 두터운 사이라는 점을 공공연히 과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검찰은 박씨가 홍보 업무 범위를 넘어 론스타와 외환은행 간 분쟁, 효성가 형제 간 분쟁,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 삼성그룹 간 분쟁 과정에 '송사 컨설팅'을 한 정황을 포착해 변호사법 위반 가능성 등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밤늦게까지 박씨를 조사하고 나서 신병 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