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송종호 기자 = “환잉광린(歡迎光臨·어세오세요).” 서울 최고 기온이 35도를 넘어섰던 지난 13일 서울 명동 ‘더 샘(the SAEM)’매장 앞에서는 직원마저 지친 듯 작은 목소리의 호객행위가 계속됐다. 그가 그나마 참을 수 있는 것은 문 열린 매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냉기 덕분인 듯했다. 더 샘은 센서로 작동되는 자동문을 열린 채로 고정시킨 채 영업이 한창이었다.
바로 옆에 붙어있는 또 ‘이니스프리’ 매장도 마찬가지였다. 자동문의 센서는 제 기능을 잃은 지 오래였다. 활짝 열린 문 사이로 에어컨의 차가운 바람이 거침없이 쏟아졌다. 인접한 ‘더 페이스샵’ 매장도 똑같았다.
몇걸음 떨어진 이랜드 그룹의 패션브랜드 ‘트니위니’ 명동매장도 보란 듯이 개문영업을 하고 있었다. 일반 화장품 매장의 2배나 달하는 큰 문을 앞뒤로 열고 영업 중이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은 듯 보였다. 매장안은 최대 상권이라는 명성이 무색할 만큼 한산했다.
이날 오후 3시가 넘어갈때 명동 메인거리를 지나 명동성당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가장 먼저 개문영업을 하고 있는 CJ올리브영 매장이 눈에 들어왔다. CJ의 카페브랜드 ‘투 썸 플레이스’까지 입정한 2층 규모의 대형매장이었다.
문 열린 매장을 통해 고객이 빠른 속도로 오고갔지만, 출입하는 고객이 뜸할 때도 입구 바로 옆에서 안내를 맡은 직원조차 문을 닫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특히 올리브영 명동매장은 매장 유리창에 ‘여름철·겨울철 실내온도 준수’라는 문구를 새겨놓았다. 이 글에는 “올리브영은 냉·난방기 가동 중 문을 닫고 영업한다”며 “항상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적혀있었지만, 거짓 약속으로 방치되고 있었다.
서울만이 아니라 인접한 경기 군포 산본역 상권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은 산업부가 단속 지역으로 지정한 전국 14개 상권 가운데 한 곳이다.
같은 날 4호선 산본역 3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개문영업을 하는 매장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풍선으로 입구를 화려하게 장식한 ‘KT 올레’ 매장은 문을 활짝 열어놓고,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업종은 다르지만 ‘에뛰드 하우스’ 매장도 개문 영업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다음날인 14일에는 또 다른 단속 지역인 강원도 춘천 지역을 찾았다. 이날 소나기가 간간히 내렸지만, 한낮의 수은주는 31도를 넘어섰다. 춘천 최대의 번화가인 명동의 개문영업 상황도 서울·수도권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화장품 매장주에서는 스킨푸드, 미샤가 문을 열고 냉방 중이었고, KT 올레매장도 산본과 마찬가지로 개문 영업 중이었다. 또 과일 주스브랜드 ‘주시’도 서울 명동과 춘천 명동에서 모두 개문 영업을 하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 산업부는 평시 단속 책임을 지자체에 떠넘기고, 지자체는 인력부족을 이유로 합동단속에만 신경을 쓰는 모양새였다.
산업부 관계자는 “앞으로 3차례 더 진행할 에너지공단, 지자체 등과 합동단속 일정 외에는 지자체가 책임을 맡고 있다”며 “자세한 것은 지자체를 통해 알 수 있다”라고 떠넘겼다.
이에 대해 서울 중구청 관계자는 “평시 단속을 하기도 하지만 합동단속 일정을 제외하면 인력부족으로 사실상 힘들다”며 “개문영업을 해도 공휴일 등에 단속할 계획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