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사격의 간판 진종오(37·kt)는 짧은 한 마디를 남기고 사격장을 떠났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한국의 첫 금메달을 안길 것으로 기대했던 ‘사격 황제’가 노메달로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아직 좌절은 이르다. 고개를 숙일 필요도 없다.
진종오는 7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139.8점으로 5위에 그쳤다.
충격적인 결과다. 세계 최고의 총잡이가 실수를 저질렀다. 메달 입상 실패는 예상치 못했던 아쉬운 결과다. 진종오는 이 종목 세계기록(206점) 보유자이자 2012년 런던 대회 금메달리스트다. 진종오 스스로도 인정하기 힘든 노메달 아픔이다.
진종오의 주종목은 10m 공기권총이 아니다. 진종오는 이 종목에서 세계랭킹 4위로 대회를 앞두고도 ‘미완성’이라는 표현을 썼을 정도였다. 자신감이 충만했던 종목이 아니었다. 흔들리는 감각 찾기로 애를 먹기도 했다.
이번 대회 5위의 성적도 단지 아쉬울 뿐,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세계 최고의 명사수 46명이 출전한 본선 경기에서 2위로 8명이 겨루는 결선에 진출했다. 메달 대신 독기를 품었다. 최상의 감각을 찾을 수 있는 예열을 마쳤다.
진짜는 따로 있다. 진종오의 주종목은 50m 권총이다. 이 종목 세계랭킹 1위도 바로 진종오다. 그가 올림픽에서 목에 건 3개의 금메달 가운데 50m 권총이 2개, 10m 공기권총이 1개다. 이번 대회 3연패를 노린다.
사흘 뒤 진종오는 10일 밤 같은 장소에서 50m 권총을 잡는다. 여기서 금메달을 획득하면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대회에 이어 세계 사격 역사에 전무후무한 올림픽 최초의 3연패를 달성하게 된다.
진종오의 최대 강점은 냉정함이다. 좋지 않은 기억의 경기들을 거짓말처럼 털어내고 무상무념의 자세로 총을 잡는다. 진종오가 세계 최고의 총잡이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비결이다.
그의 위대한 도전은 다시 시작이다. 금빛 과녁을 향해 다시 울릴 총성을 위해 왼손은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오른손에 권총을 잡고 50m 앞에서 설 준비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