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의 항복..미국 기술 기업엔 너무 높은 만리장성

2016-08-0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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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1일 베이징의 한 주택단지에서 두 여성이 자신의 스마트폰에 각각 우버(왼쪽)와 디디추싱의 앱 화면을 띄운 모습[사진=AP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세계 최대 차량호출 서비스인 우버가 중국 법인인 우버차이나를 중국 최대 라이벌인 디디추싱에 매각하기로 했다. 사실상 우버가 토종기업인 디디추싱에 항복을 선언한 것이라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우버는 2013년 세계 최대 차량호출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야망을 가지고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나 디디추싱은 우버차이나보다 1년 늦게 서비스를 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지 고객들이 원하는 기능을 앞세우고 강력한 투자자, 중국 당국과 언론을 등에 업어 우버를 압도했다. 중국 IT연구센터(CNIT-Research)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차량호출 시장에서 디디추싱의 점유율은 85.3%였고 우버는 7.8%에 불과했다.
지금까지 미국의 많은 인터넷 기업들은 큰 꿈을 안고 중국에 진출했지만 중국의 어마어마한 인구와 증가하는 부를 이용한 이득은 좀처럼 손에 쥐지 못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지시간 1일 분석했다.

일례로 구글은 중국 당국의 엄격한 검열로 인해 2010년 검색 엔진 사업을 철수했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역시 같은 이유로 중국에서 공식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여타 기업들 역시 중국 소비자들의 기호를 즉각 반영하는 현지 업체들에 속수무책으로 밀려났다.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나 이베이가 알리바바에 밀린 것이 그 예다. 야후 역시 중국 사업을 알리바바에 매각했다. 

기술 부문의 다른 기업들 역시 중국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다. 애플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중국에서 자국산 제품 선호 현상이 강화되면서 매출이 급격히 줄고 있다.

유통업체인 월마트 역시 중국에서 입지 확대에 고전하면서 지난 6월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닷컴(JD.com)에 온라인 사업을 매각하고 징둥닷컴 지분 5%를 받은 바 있다.

미국 상공회의소의 제레미 워터맨 이사는 WSJ에 “중국에서 사업 환경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5~10년 전에 비해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훨씬 높아졌다. 이뿐 아니라 중국 정부는 점점 더 현지 기업들에 혜택을 몰아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지난 1월 미국의 주중 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 중 64%만이 현지에서 수익을 거두었다. 5년래 최저 수준이다. 또한 중국에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 없다고 말한 응답업체 비율은 1/3에 달해 2008~09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았다. 

한편 이번 디디추싱의 우버차이나 인수는 진작 논의가 이뤄지고는 있었지만 지난주 중국 당국이 차량호출 서비스의 합법화 이후 최종 결정됐다.

하지만 정부의 새로운 규정은 원가 이하로 차량호출 서비스를 운영할 수 없도록 금지해 사실상 많은 보조금 지급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 하던 우버차이나는 더 코너로 몰리게 됐다.

또한 신규 규정은 더 엄격한 운전자 관리를 요구하는 등 경상비 지출을 초래해 이용자 수가 많아야 운행당 비용이 줄어 유리했다. 리서치회사인 애널리시스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으로 디디는 4,210만명의 이용자를, 우버차이나는 1,010만명의 이용자를 각각 보유하고 있었다. 

다만 중국은 많은 미국 기업들에게 여전히 중요한 시장이다. 제너럴모터스의 경우 세계 최대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2위 자동차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며 매년 20억 달러 가량의 영업이익을 창출한다. 중국 사업의 수익이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중국은 GM 자동차 판매량의 1/3 가량을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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