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은 막대한 해체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이 크레인을 사들였다.
2002년 9월 25일 말뫼 주민들은 부두근처에서 인산인해를 이루며 크레인의 마지막 부분이 해체돼 운송선에 실려 바다 멀리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한없이 아쉬워 했다.
스웨덴 국영방송이 장송곡과 함께 생중계했고, 많은 스웨덴 시민이 눈물로 지켜보던 일을 두고 '말뫼의 눈물'이라는 말이 생겼다.
"현대차·현대중공업이 우리 울산을 먹여살린다 아입니까. 그런데 이건 뭐 저거들 배불리는 짓만 할라고 하니까 명분이 없는 파업이죠. 한마지로 돈 더 올려달라는 거 아입니까. 이러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에 울산이 '말뫼시'의 전철을 밟을까 걱정입니더."
그는 "이번 파업으로 물량이 끊기게 되면 겨우 버티고 있는 영세업체는 견딜 재간이 없다"며 "이번 파업은 명분이 없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노조 스스로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잃어버리는 꼴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달 29일 여름휴가 전 마지막 파업에 들어갔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오후 4시간씩 구조조정(분사) 대상 사업부 조합원이 부분파업했다. 올해 임단협 관련으로는 여섯 번째 파업이다.
노조에 따르면 분사 대상인 △중기(크레인·지게차) 운전 △신호수 △설비보전 작업 조합원 1000여명 가운데 파업 후 열린 집회에 200∼300명이 참가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파업 참여자가 적어 생산 차질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노사는 지난 5월10일부터 올해 임단협 상견례를 시작했지만, 27일까지 열린 24차 교섭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 2년간 국내 대형 조선사의 누적 손실금액은 10조원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중공업, 해양2공장(해양플랜트 제작) 가동 중단 등 국제유가가 해양자원 생산손익 분기점(40~65달러) 이하로 유지되면서 계약해지 및 중도금 미납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떄문에 지속적 적자 누적으로 협력업체 30~40%가 폐업했다. 대량실업발생에 대한 우려로 사회문제 파장이 심각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부터 자산매각 등 고강도 구조조정 추진 및 계열사 분리, 자산매각, 임원 30%축소, 과장급 이상 희망퇴직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울산 현지의 위기감은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산업동향'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현대중공업이 위치한 울산의 대형소매점 판매지수(불변지수 기준)는 지난해보다 7.6% 급감했다. 이는 메르스로 소비가 직격탄을 맞았던 지난해 6월(-12%) 이후 최저 수준이다. 백화점 판매지수는 더 많이 감소했다. 9.2%나 줄어 지난해 3월(-10.6%) 이후 1년 2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대형마트 판매도 6.3% 줄어 지난해 12월(-7.7%) 이후 최저였다.
이러한 가운데 이들 노조 파업은 울산시민들에게 감당키 어려운 허탈감을 안겨준다.
노사 간 온도 차가 극명하기 떄문이다.
현대중 노조는 임금 9만6712원 인상(호봉승급분 별도), 직무환경 수당 상향, 성과급 지급, 성과연봉제 폐지, 우수 조합원 100명 이상 매년해외연수, 사외이사 추천권 인정 및 이사회 의결 사항 노조 통보, 징계위원회 노사 동수 구성, 전년도 정년 퇴직자를 포함한 퇴사자 수만큼 신규사원 채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조합원 자녀 우선 채용의 단협조항과 조합원 해외연수 및 20년 미만 장기근속 특별포상 폐지,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 및 재량근로 실시 등을 주장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임금 15만2050원 인상(기본급 대비 7.2%·호봉승급분 제외),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일반·연구직 조합원 승진 거부권, 해고자 복직, 고소고발 철회, 자동승진제 확대, 통상 임금 확대 등이다.
사측은 임금피크제(현재 만 59세 동결, 만 60세 10% 임금 삭감) 확대, 위법·불합리한 단체협약 조항 개정, 위기대응 공동TF 구성 등으로 맞서고 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긴 휴가에 돌입했다. 노사가 합의한 여름휴가 일수는 9일이지만 회사 노조 창립기념일인 28일과 공휴일인 다음 달 15일을 포함, 앞뒤로 연차휴가를 덧붙이면 최장 19일의 긴 휴가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 노사는 여름휴가가 끝나는 내달 16일 이후 교섭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우리나라와 울산을 지탱하는 기둥이라는 믿음이 사라지고 있는 현 시점에 '말뫼시의 눈물'이라는 전철을 밟지 않도록 노사간 다툼 보다는 지속발전 가능한 기업 만들기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