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국내 대형 은행들이 올해 상반기에 대기업 대출을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약 3~4년 전부터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오던 상황에서 조선·해운 기업 구조조정 이슈까지 불거지자 대출 축소에 나섰기 때문이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대기업 대출 규모가 늘었지만 증가폭은 대폭 줄었다.
우리은행은 올 상반기 중 대기업 대출을 가장 많이 줄였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말 대비 올 상반기 대기업 대출 증가율은 0.5%로 1년 전 같은 기간(9.3%)과 비교하면 8.8%포인트 줄었다.
국민은행 역시 올 상반기 대기업 대출 증가율이 1.2%로 전년 동기 5.5% 대비 4.3%포인트 감소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올 상반기에도 대기업 대출을 줄였으나 감소폭은 더 컸다. 신한은행의 대기업 대출 감소율은 지난해 상반기 3.2%에서 올 상반기 5.0%로 1.8%포인트 확대됐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상반기와 유사한 수준의 감소를 지속했다. 지난해 상반기의 경우 옛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대기업 대출 감소율은 각각 12.7%, 10.3%로 평균 11.5%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는 11.9%로 소폭 확대됐다.
이처럼 은행들이 대기업 대출을 대폭 줄인 것은 올 상반기 조선·해운업 여신 부실화 때문이다. 이들 은행은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등의 채권단에서 탈퇴하고 신규 자금 지원을 끊었다.
은행별 포트폴리오 개선 작업도 한몫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대기업 여신 비율이 높은 만큼 리스크 우려를 줄이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가계와 중소기업 여신 비율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대기업 여신을 줄이는 대신 중소기업 여신을 늘려 성장을 지속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곳도 있지만 중소기업 대출도 덩달아 줄어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KEB하나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상반기 7.1%(하나·외환은행 단순 합산)에서 올 상반기 0.8%로 줄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원화대출금 기준 대기업 부분에서 줄인 것을 중소기업과 소호(SOHO) 부분에서 만회하려 했지만 자산 성장률이 반대로 줄었다"며 "(자산성장률을) 어느 정도까지 높여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경쟁 은행 수준으로 하겠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며 "포트폴리오 질을 높이고 단단하게 만드는 기회를 만드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