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개·돼지나…개나 소나

2016-07-2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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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운동연대와 교육혁명공동행동,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 교육단체가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과 관련해 교육부 망언 고위관료 파면 촉구 서명지 전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최근 언론에 평소 우리와 친근한 동물들의 이름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발단은 ‘대한민국 교육 발전’에 힘쓰고 있는 교육부 전 간부의 말 한마디였다.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민중은 개·돼지” 발언으로 인해 대한민국 국민들은 자신의 신분이 ‘개·돼지냐 아니냐’를 두고 때 아닌 격론을 벌이게 됐다.
교육부 간부가 파면을 감수하고 ‘살신성인’의 자세로 기자들과 술자리에 임한 덕에, 소위 ‘가진 자와 못가진 자’ ‘대한민국 1%와 나머지 99%’로 대변되던 ‘한국형 신분제’ 담론이 한 순간에 공론화된 것이다.

동물들의 등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제1야당의 원내대표는 연신 당대표 출마가 이어지는 새누리당을 향해 “(당대표) 개나 소나 다 나가던데”라며 농담 아닌 농담을 건넸다. 그의 속내는 모르겠으나, 나향욱 전 기획관의 소신에 빗대면 집권여당의 당대표 후보 또한 ‘민중의 범주’에 속하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당사자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새누리당의 당권 주자로 나선 이들 가운데 정작 ‘민중들을 위해’ 일하려는 인물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당 혁신’을 부르짖는 비박계 후보들은 선거 승리를 위해 고루한 전략인 ‘후보 단일화’를 저울질 하고 있고, 주류인 친박계는 총선 참패에 따른 자성보다는 ‘세 규합’에 열을 올릴 기세다. 또 다시 계파 싸움에 몰두하는 이들이 내놓은 공약은 벌써부터 공약(空約)이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나 전 기획관의 말을 빌자면 민중은 ‘먹고 살게 해주면 짖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집권여당의 수장이 되려는 이들은 이를 애써 외면하고 싶은 것일까.

민중들이 제대로 ‘먹고 살’ 공약을 내놓지 않으면, 민중들은 요란하게 짖는 것도 모자라, 성큼 물지도 모른다. 그것이 작금의 ‘민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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