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미국 공화당의 대선주자가 된 것은 너무나 영광스러운 일이며, 나는 열심히 할 것이며, 절대 여러분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먼저다! " 1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에 짤막한 소감을 남겼다. 억만장자이자, 주류정치의 아웃사이더였던 트럼프는 이날 결국 미국의 거대 정당 중 하나인 공화당의 공식적인 대선후보에 등극했다.
◆ 이방카 트럼프도 "비현실적"…리얼리티 쇼 스타의 '역전 드라마'
그도 그럴 것이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해 6월 대권 도전 의사를 밝혔을 때 이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초반 그의 지지율은 한자릿 수에 불과했으며, 당시에는 젭 부시, 마르코 루비오 등 공화당 주류의 지지를 업은 경쟁자들과 겨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아웃사이더인 트럼프 돌풍은 서서히 수면 위로 올라왔다.
출마 선언 일주일만에 지지율은 11%를 기록하며 두자리로 올라섰다. 그리고 멕시코 이민자들을 강간과 마약의 온상으로 취급하는 막말에도 불구하고, 출마 한달만인 7월 초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15% 전후의 지지를 얻으며 1위를 차지한다.
비난을 받는 막말은 트럼프를 더욱 주목받게 해주는 좋은 무기였다. 여성비하 발언 무슬림 미국 입국 금지발언 등 전세계 사람들의 비난을 받는 발언이 이어졌지만, 지지율 상승은 멈추지 않았다. 트럼프는 심지어 "자신이 총으로 사람을 쏴도 지지자들은 표를 줄 것이다"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10월 들어 신경외과 의사 출신 보수논객 벤 카슨에게 잠시 1위를 내주었으나, 이내 다시 선두를 차지했다. 경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면서 2월 1일 대선 풍향계인 첫 아이오와 주 경선에서 트럼프는 크루즈에 이어 2위에 그쳤다. 언론은 곧바로 트럼프 인기의 '거품론'을 내걸었다. 그러나 이어진 경선에서 트럼프는 연이은 압승을 거두면서 전문가와 언론들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 트럼프를 놓고 분열된 공화당…대선승리까지 험난
트럼프가 공식 대선후보로 등극했지만, 여전히 과제는 많이 남아있다. 공화당 내부는 여전히 트럼프를 신뢰하는 않은 이들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 부통령 후보로 낙점된 마이크 펜스는 공화당 주류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펜스만으로 트럼프와 공화당 간의 극적인 화해가 이뤄질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트럼프는 그동안 멕시코 이민자 차단을 위한 장벽 건설, 테러 용의자 물고문, 모든 무슬림 입국금지,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을 비롯한 모든 자유무역협정 재협상, 동맹과의 방위비 재협상 및 미군철수 검토, 한·일 핵무장 용인 등 공화당 정책과 지속적으로 엇박자를 내면서 주류 진영과 극심한 갈등을 빚어왔다.
이같은 갈등은 이번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도 드러났다. 이번 경선에 도전했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를 비롯한 부시 가문은 모두 이번 행사에 불참했다. 2012년 대선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2008년 대선후보 출신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 등 당의 주류 인사들도 모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다.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여전히 트럼프와 거리를 두고 있다. 이날 전당대회에서 트럼프에 대해 지지연설을 한 라이언 하원의장은 15분간의 연설 동안 공화당의 가치를 역설하면서 의회 다수당 유지의 중요성을 언급하는데 치중했을 뿐 트럼프의 이름은 고작 두번 언급했다.
2012년 대선 당시 밋 롬니 후보의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출마했던 라이언 의장은 그동안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공격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다. 트럼프의 멕시코계 연방판사 비하 발언에는 "인종차별주의적 발언"이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무슬림 미국 입국금지에 대해서도 완전한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트럼프가 앞으로 공화당 내부의 지지를 먼저 이끌어내는 것이 본선의 승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더불어 분열을 조장하고, 이민자들에게 공격적인 언행이 일부 유권자들에게는 거부감이 들 수 있는 만큼 그동안 문제가 됐던 돌출행동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