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영관 기자, 엄주연 인턴기자 = "보통 6월 이후부터 학군 수요가 몰리면서 바빠져야 하는데, 올해는 그렇지가 않다. 보다시피 이 동네 부동산들 다 손님이 없다."(대치동 S공인중개업소 대표)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로 불리며 학군 수요가 끊이지 않았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최근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인근 개포 재건축 분양 열풍과 달리 집값은 오히려 2000만~3000만원 가량 떨어졌고, 전셋값도 최근 한두달 새 3000만원 가량 하락했다.
◇ 3無, 방학특수·매물·찾는 사람 없다
지난 18일 지하철 3호선 대치역과 바로 인접한 은마아파트를 찾았다.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자 28개동 4424가구 대단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통상 방학 이사철을 앞두고 자녀 교육을 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인근 중개업소들이 북새통을 이뤘다. 그러나 이날 아파트 상가 내 위치한 30여개의 중개업소에서 손님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A중개업소 관계자는 “5~6월달 매매 거래량이 10건이었다면 현재는 1건이다. 5월달까지는 괜찮았는데, 요즘은 방학특수도 없고, 매물도 없고, 찾는 사람도 없다”고 털어놨다.
현재 이 아파트 전용면적 102.4㎡(31평)의 매매가격은 11억 선으로 한달 새 2000만원 가량 하락했으며, 이 가격에도 계약이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세 또한 한달 새 4억5000만원에서 4억2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찾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대치은마 인근 S중개업소 대표는 "집주인들은 세입자 전세 만기가 임박했는데도 수요가 없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라며 "31평짜리 물건이 4억 2000만원에 올라와 있어도 계약만 성사될 수 있다면 가격조정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 역(逆) 전세난 우려는 '시기상조'
일각에서 제기된 역전세난 등에 대한 우려감은 없었다. 특히 위례·하남미사지구 등 인근의 신도시에 대규모 아파트 입주가 진행되면서 일부 수요가 빠져나갔다는 의견에 대해서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고개를 저었다.
C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남은 부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외부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물건이 나오고 사겠다는 사람이 있어야 거래가 활발해져서 가격도 오르는데, 순환이 안돼서 가격상승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개포동 2단지 재건축 분양으로 인해 거래가 많았다 적었다 오락가락하는 중이다. 물건을 사려고 했던 사람들도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가 투기 수요를 제한하기 위해 마련한 중도금 대출규제 이후 매매 심리가 위축돼 있다는 점도 매매가 하락 원인으로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