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 당국이 중국의 세계 곡물시장에서의 영향력 제고와 식량안보 강화, 국유기업 개혁 가속화 차원에서 중국 대표 국유 곡물기업간 합병에 시동을 걸었다.
북경신보(北京晨報)는 중국 최대 곡물기업인 중량그룹(中糧集團 COFCO)과 방직물·곡물 기업인 중팡그룹(中紡集團)이 18일 합병을 위한 조정작업에 착수했다고 19일 보도했다.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국자위)가 지난 15일 양사 합병안을 승인한 뒤 사흘만이다.
중팡그룹은 곡물·식용유 시장 중국 3위의 국유기업이다. 30여개의 무역관련 자회사, 해외기업과 40여개의 각 분야 생산업체도 보유하고 있다. 중국 최대 면화·대두 무역업체이기도 하다.
합병은 중팡그룹이 중량그룹에 흡수되는 형태로 이뤄지며 합병 후 중량그룹은 중국 식용유 가공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18%로 확대, 업계 1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중팡그룹의 방직업 기반을 발판으로 세계 면화 시장의 10%도 손에 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량그룹은 합병을 통해 중국은 물론 세계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확대하고 글로벌 곡물기업과의 경쟁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포부다. 경영효율 증대를 위해 합병 후 철저한 '다이어트'도 각오하고 있다. 내부 조직을 간소화하고 인력 감축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세계 곡물 시장은 이른바 ABCD가 장악한 상태다. ABCD는 세계적인 곡물기업 ADM, 붕게, 카킬, 드레퓌스를 가리키며 이들 4개 기업이 세계 곡물 수출의 약 80%를 차지한다.
이번 중량·중팡그룹의 합병은 중국 당국이 '국유기업 개혁'에 속도를 올린 것과도 연관된다. 경제참고보(經濟參考報)는 최근 106곳이었던 중앙 정부 소속 국유기업이 이번 합병으로 105곳으로 줄었다고 18일 보도했다. 현재 10곳의 국유기업이 합병을 적극적으로 모색 중으로 연내 중앙 국유기업이 100곳 이하로 줄어들 가능성도 엿보인다.
특히 지난 6월 이후 국유기업 '합병' 소식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달 2일에는 중국 국유 광산업체 우쾅(五鑛)그룹과 금속업체 중예(中冶)그룹이 합병을 선언해 '금속·광물' 공룡 탄생을 예고했다. 이후 26일에는 중국 대표 철강업체인 바오강(寶鋼)그룹과 우강(武鋼)그룹이 합병을 선언했다.
지난 11일에는 중국 관광업계의 '빅딜' 소식도 나왔다. 중국 국유 여행사인 강중뤼(港中旅)그룹이 궈뤼(國旅)그룹을 흡수하는 전략적 구조조정 방안을 공개한 것이다.
중국 국유기업 개혁은 계속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북경신보는 올 하반기에 국유기업 구조조정, 혼합소유제 개혁, 좀비기업 퇴출 등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이라는게 시장 중론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