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번째 KBO 올스타전에 출전한 ‘국민타자’ 이승엽(40·삼성)의 아들의 질문은 당연했다. 지난 2013년 올스타전에 아들 은혁이 보는 앞에서 홈런왕을 차지했던 이승엽은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올스타전을 앞두고 아들에게 “고척돔에서 야구를 하니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지난 1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2016 KBO 올스타전이 열렸다. 올해 정식 개장한 국내 최초의 돔구장에서 열린 최초의 올스타전. 지난해에 이어 이날도 전국에는 세찬 비바람이 몰아쳤다. 자칫 텅텅 빈 관중석 앞에서 별들의 잔치가 벌어질 뻔했다.
하지만 더 이상 일기예보는 들여다볼 필요가 없었다. 든든한 ‘지붕’ 덕분에 에어컨이 시원하게 가동된 쾌적한 환경에서 올스타 쇼가 펼쳐졌다. 아빠, 엄마 손을 잡은 아이들도 우산 없이 올스타전을 즐겼고, 1만6300명으로 가득 채운 만원관중은 KBO리그 스타들의 홈런쇼를 만끽했다. 올스타 선수들도 “비 올 땐 돔구장이 최고”라며 입을 모았다.
민병헌은 KBO 출입 기자단 투표에서 55표 중 47표를 얻어 8표를 획득한 박경수(kt)를 제치고 올스타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는 영예를 누렸다. OB 시절을 포함해 두산 소속 선수가 올스타전 MVP를 차지한 건 1983년 신경식, 2001년 타이론 우즈, 2006년 홍성흔에 이어 역대 4번째다.
프로 데뷔 후 최고의 날을 보낸 민병헌은 “꿈에도 생각 못한 행복한 순간”이라며, 부상으로 받은 2900만원 상당의 KIA 자동차 K5는 “고생하신 어머니께 드리겠다”고 감격했다. 우수타자는 박경수, 우수투수는 손승락(롯데), 우수수비상은 김주찬(KIA)이 수상했다.
전날(16일) 진행된 ‘올스타전의 꽃’ 홈런 레이스에서는 외국인 타자 루이스 히메네스(28·LG)가 결승에서 5개의 아치를 그리며 박경수(3개)를 제치고 홈런왕에 등극했다. 외국인 선수가 올스타전 홈런왕을 차지한 것은 2000년 타이론 우즈(당시 두산)와 2002년 틸슨 브리또(당시 삼성) 이후 12년만으로, 히메네스는 역대 3번째 외국인 선수 홈런왕에 이름을 올렸다. 또 LG 소속 선수로는 1996년 심재학, 2001년 양준혁, 2004년 박용택에 이어 역대 4번째다.
올해 올스타전의 존재 가치는 이승엽의 훈훈한 선행으로 의미를 더했다. 이승엽은 난치병인 급성골수성백혈병을 앓고 있는 홈성욱(9·죽전초3) 군을 초대해 캐치볼을 하고 라커룸을 함께 구경하는 등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평소 이승엽을 직접 만나고 싶어 했던 홍 군의 소원을 들어준 아름다운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