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최대 가해업체로 지목된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존 리(48) 전 대표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존 리 전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현재 구글코리아 대표인 리 전 대표는 신현우(68·구속기소) 전 대표에 이어 2005년 6월∼2010년 5월 옥시 최고경영자를 지냈다.
검찰에 따르면 리 전 대표는 재임 기간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주성분으로 하는 가습기 살균제 제품의 흡입 독성실험 등 안전성 검사를 거치지 않고 제조·판매해 73명을 사망에, 108명을 폐손상 등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옥시 연구소장 조모(52·구속기소)씨에게서 제품 용기에 들어가는 문구를 바꿔야 한다는 보고를 받고도 묵살하고 그대로 사용할 것을 지시한 혐의도 있다.
조씨는 2005년 12월 리 전 대표에게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부분을 '사용량을 지킨다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로 바꾸고 '아이에게도 안심'은 빼야 한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해당 문구가 들어간 라벨이 문제없이 사용됐고, '아이에게도 안심'을 빼면 제품 컨셉트가 달라진다는 이유로 묵살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옥시가 이런 문구를 내세워 제품을 판매한 것이 일반적인 광고 범위를 넘어선 기망 행위로 보고 리 전 대표에게 32억여원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리 전 대표가 가습기 살균제 관련 피해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리 전 대표 외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옥시 제품을 제조한 한빛화학 대표 정모(72)씨, PHMG 원료 중간도매상인 CDI 대표 이모(54)씨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신현우 전 대표, 김모(55) 전 옥시 연구소장에게는 51억여원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가 추가 적용됐다.
검찰은 인체에 안전하다는 취지의 용기 문구가 들어간 제품을 판매한 홈플러스의 김원회 전 그로서리 매입본부장, 이모 상품부문 이사를 4억1000만원의 상습사기 혐의로 추가기소했다. 세퓨의 오모 대표에게는 8000만원의 상습사기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유해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를 제때 막지 못하는 등 정부의 과실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지난주부터 환경부와 산자부 등 관련 공무원들을 불러 진술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