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써 통합 회사의 기업가치는 1300억 달러(약 153조6000억원), 연매출 900억 달러로 독일 소재 글로벌 1위 화학기업인 바스프(BASF)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대형 화학업체로 도약하게 됐다.
1802년과 1897년에 각각 설립돼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듀폰과 다우케미칼의 합병은 글로벌 화학시장 환경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같은 대외 환경에도 불구, 우리나라는 사정당국의 칼날이 잇달아 기업들에게 겨눠지면서 대규모 투자계획이 철회되는 등 후폭풍이 연이어 발생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1990년대부터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이어오고 있는 중국에 진입장벽이 낮은 범용 제품을 수출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중국이 자국생산물량을 크게 늘린데다 중동 등 산유국들이 화학산업에 속속 뛰어들면서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한 상태다.
이같은 대외환경에서 롯데케미칼의 인수합병(M&A) 철회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최근 보이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실적개선에 대해 전문가들이 일시적인 현상이라는데 입을 모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매출처를 아시아권에서 벗어나 미국으로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기업의 투자위축은 경쟁력 상실로 이어지며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고통이 동반된다. 이미 많은 대기업들의 사정당국의 칼바람을 겪으면서 기업활동 위축 등의 부작용을 겪는 것을 지켜본 바 있다.
사정당국의 칼날은 기업의 부정부패를 겨낭하고 환부를 도려내는 ‘매스’가 돼야 한다. 기업의 팔과 다리를 잘라내는 ‘작두’의 칼날이 되어선 결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