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희망퇴직을 단행한 회사는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미래에셋생명, MG손해보험, 알리안츠생명 등 5곳으로 이들 기업에서만 500명 가량의 직원들이 회사를 이미 떠났거나 조만간 그만둘 것으로 보인다. 올 연말까지 예고된 추가 희망퇴직 규모를 감안하면 전체 보험권 퇴직자 수는 1000명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메리츠화재는 최근 220여개 지점을 100개로 통폐합하고, 대면채널 11개를 없애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 구조조정으로 폐쇄대상 지점에서 일하던 인력 약 100여명은 회사를 나가게 된다. 지난해에도 40개 지역단을 없애고, 400여명의 인력을 구조조정한 바 있다.
현대해상도 지난달 10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희망퇴직 대상은 만 45세 이상 16년 이상 장기 근속자로 직급에 따라 1000만~3000만원 가량의 정착지원금을 받았다. MG손해보험은 사업비 절감 및 임원 월급 반납에 이어 지난 2월에는 만 45세 이상 40명의 관리자급을 정리해고 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최근 보험업 환경이 대외적, 구조적으로 어려워지면서 희망퇴직이 늘고 있다“며 ”어려운 경영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회사들이 대규모 감원에 나선 것은 오는 2020년 새 보험회계 기준 도입을 앞두고 선제적인 몸집 줄이기가 필요해서다. 보험부채 평가방식이 원가에서 시가로 전환되는 IFRS 2단계 회계기준이 도입되면 가용자본이 줄기 때문에 보험사마다 추가 자본확충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보험산업의 구조적인 변화도 감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보험사들은 입을 모은다. 현재 국내 영업 중인 보험사는 생보사 25개, 손보사 15개 등 40여개로 인구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모바일과 대안채널이 확대되면서 기존처럼 대규모 설계사를 둘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다.
수익성 악화도 보험사들이 감원에 나선 배경이다. 보험사들의 대부분은 사원급보다 책임자급이 많은 역피라미드 인력구조다. 장기근속자(15년 이상) 비중이 전체 인력의 40~50% 수준에 육박해 전형적인 고비용 구조라는 얘기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회계기준 변경으로 보험사마다 보유 부동산을 팔거나 사업비를 줄이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며 “특히 지금 같은 저성장, 저금리 구조에서 수익성을 유지하려면 인건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