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은값이 4일 나흘 연속 상승하며 2년 만에 처음으로 장중 온스당 21달러를 돌파했다.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하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이어지고 있는 영향이다.
현지시간 4일 은 현물 가격은 온스당 21.13달러로 전장 대비 7%나 급등하며 2014년 7월 이후 최고를 찍었다가 20달러 선에서 안정됐다.
특히 은값은 브렉시트 결정이 난 뒤 중앙은행들의 추가적인 통화 부양책 기대감이 커지면서 급등세를 탔다고 파이낸셜타임즈는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주 영란은행의 마크 카니 총재는 영국의 경제 전망이 악화되고 있다며 올 여름 부양책 확대를 시사했고 일본은행 역시 7월 정례회의에서 추가 부양책이 예상된다.
ICBC 스탠다드 은행의 톰 켄달 귀금속 애널리스트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당국의 돈풀기 정책으로 투자자들의 자금은 투자 다각화나 경기 방어에 필요한 무엇으로도 흘러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브렉시트 결과 발표 후 은값은 18% 급등했다. 동기간 금값 상승률은 6.6%에 그쳤다. 런던 금속거래소에서 구리 선물은 지난 한 주 5.5% 올랐다.
금과 은은 대표적인 귀금속으로 보통 인플레 헤지 수단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은의 경우 산업용으로도 많이 이용된다.
MKS 팸프 그룹의 샘 랭린 트레이더는 “은은 리스크-온 무드 시 산업금속으로 각광받고 리스크-오프 무드에서는 안전자산으로 취급된다”고 말했다. 현재 구매된 은 중 절반은 전자제품 및 배터리 제조, 광전지 등 산업용으로 쓰이고 나머지 절반은 은괴, 은화, 보석 등으로 만들어진다.
금융 투자자들의 수요는 사실상 은값의 흐름을 주도하는 핵심 동력이다. 은을 추종하는 ETF들의 은 누적 보유량은 올해 2012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다만 은은 금보다 가격이 낮아 가격 변동폭이 커서 투기세력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은값은 온스당 8달러까지 떨어졌다가 2011년에는 온스당 48달러로 6배나 뛰기도 했다. 따라서 자칫 은값이 하락을 시작하면 급락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맥쿼리의 매튜 터너 귀금속 애널리스트는 은값이 “너무 빠르게 너무 많이 오른 느낌”이라며 투기적 포지셔닝과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은이 하락할 수 있는 여러 변수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