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1985년 초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중앙서기처에는 상서로운 인물들로 가득했다. 공청단 중앙서기처 서기 10명중 후진타오(胡錦濤) 전 총서기, 리커창(李克強) 총리, 류옌둥(劉延東) 부총리, 리위안차오(李源潮) 국가부주석, 류치바오(劉奇葆) 선전부장 등 국가급 공무원에 오른 인물만 5명이 포진해 있었다. 공청단에서 한솥밥을 먹던 이들은 각계로 진출해 활동하다가, 후진타오 총서기가 집정하게 되는 2002년 연말부터 본격적인 승진가도를 달리게 된다. 이들은 훗날 막강한 공청단파를 형성하게 된다.
◆1985년 공청단 초호화진용, 리위안차오
이 중 리위안차오는 공청단 중앙서기처, 국무원 신문판공실, 문화부 부부장 등 베이징에서의 직무를 거쳐 2000년 장쑤(江蘇)성 부서기 겸 난징(南京)시 서기로 보임받았다. 난징시는 장쑤성의 성회(省會)이며, 난징시의 서기는 장쑤성 상무위원을 겸임하기 때문에 전체 장쑤성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위치다. 중앙정부에서 숨죽이고 있던 공청단파 핵심인사가 지방으로 나가 날개를 펴는 순간이었다.
혈기왕성한 30대였던 1980년대를 공청단에서 함께 일했던 리위안차오와 뤄즈쥔이 2000년 난징시 서기와 부시장으로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둘의 호흡은 빈틈없었다. 2년후인 2002년 10월에 후진타오가 공산당 총서기에 올랐다. 그리고 후진타오는 총서기 등극 2달후에 곧바로 두 명의 옛 동료를 요직으로 승진시킨다. 리커창을 허난(河南)성 성장에서 허난성 서기로, 리위안차오를 장쑤성 부서기에서 장쑤성 서기로 올린 것. 당시 리커창과 리위안차오는 명실상부 공청단파의 대표주자였다.
◆리위안차오-뤄즈쥔 장쑤성 콤비
리위안차오가 장쑤성 서기에 오르자, 뤄즈쥔 역시 확 트인 승진가도를 달리게 된다. 난징시 부시장이던 뤄즈쥔은 2002년 난징시 시장에 올랐고, 그 이듬해에 난징시 서기로 승진했다. 그는 장쑤성 상무위원회 멤버로 각종 회의와 현장에서 리위안차오를 보좌했다. 뤄즈쥔은 리위안차오에 비해 1살 적은데다 숱한 세월을 함께 해 관계가 깊었지만, 공적인 장소에서만큼은 리위안차오를 지극 정성으로 예우했다.
리위안차오는 2007년 중앙조직부장으로 영전했다. 장쑤성 서기 자리는 당시 장쑤성 성장이었던 량바오화(梁保华)가 맡았다. 그리고 뤄즈쥔은 장쑤성 성장 자리를 꿰찼다. 량바오화가 뤄즈쥔보다 직급이 위였지만, 당시 장쑤성 공무원들은 리위안차오의 막강한 지원을 얻고 있던 뤄즈쥔이 조만간 장쑤성 서기에 오를 것으로 여겼다. 그리고 예상대로 2010년 12월 뤄즈쥔이 장쑤성 서기에 보임됐다.
장쑤성은 2002년부터 공청단파 정치인이 집정해왔다. 리위안차오가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서기를 역임했으며, 뤄즈쥔이 이후 성장과 서기를 지냈다. 량바오화는 공청단파 정치인이 아니지만, 그가 서기이던 시절, 지역의 실세는 뤄즈쥔이었다. 공청단의 장쑤성 집정은 14년째 이어져왔다. 이 기간동안 장쑤성은 눈부신 경제발전을 거둬왔다. 지난해 지역별 GDP 순위는 2위이며, 1위인 광둥성( 广东省)을 위협할 위치까지 올라왔다.
◆14년 집정 공청단 “아듀 장쑤성”
하지만 공청단의 장쑤성 집정은 2016년으로 끝을 맺게 됐다. 뤄즈쥔이 퇴직연령을 맞아 은퇴한 것이다. 1951년생인 뤄즈쥔은 올해로 65세다. 65세는 장관급 인사의 퇴직연령이다.
지난달 30일 중국공산당 중앙조직부는 뤄즈쥔의 퇴임을 발표했다. 그리고 새로운 장쑤성 서기로 저장(浙江)성 성장이던 리창(李強)을 임명했다. 이날 난징에서 개최된 장쑤성 공산당위원회 간부회의에서 뤄즈쥔은 "21년, 7000여일동안 장쑤성 땅과, 동료들과 부모형제들과 함께했다. 중공 중앙의 지도하에 장쑤성 인민들이 단결해 노력한 결과 지금의 눈부신 성과가 있을 수 있었다"고 퇴임의 변을 밝혔다.
◆공청단파의 뚜렷한 퇴조
공청단파로서는 뤄즈쥔이라는 훌륭한 정치인을 현직에서 잃게됐다. 이에 앞서 링지화(令計劃) 전 통일전선공작부장과 완칭량(萬慶良) 전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시 서기는 비리혐의로 낙마했다. 또 공청단 중앙서기처 출신으로 공청단 출신 핵심 정치인이던 위안춘칭(袁純清) 전 산시(山西)성 서기, 장바오순(張寶順) 안후이(安徽)성 서기, 지빙쉬안(吉炳軒) 헤이룽장(黑龍江)성 서기 등이 시진핑(習近平) 주석 집정이후 줄줄이가 2선으로 내려앉았다. 이 밖에도 많은 공청단 출신 정치인들이 정체 혹은 좌절을 맞고 있다.
홀해 중국 정부가 공청단에 배정하는 예산이 절반으로 줄었다. 이와 함께 공청단은 구체적인 조직개혁안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기율위가 공청단을 감찰한 후 강하게 비판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최근들어 공청단파의 퇴조기운이 짙어지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베이징의 공청단 관계자는 "공청단 출신인사들이 득세해온 것이 사실이며 지금은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퍼져있기도 하다"라며 "그간 공청단에 정치지향적인 젊은층들이 너무 몰렸고, 특권의식이 싹트는 등의 부작용이 있었으며, 조직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최근의 세력축소는 결코 나쁜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시진핑의 옛 비서가 접수
이번 인사가 더욱 주목을 받는 것은 신임 장쑤성 서기에 보임된 리창의 이력 때문이다. 리창 서기는 1959년생으로 저장성 루이안(瑞安)출신이다. 저장성에서만 공직생활을 해왔다. 그는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원저우(溫州)시 서기를 역임했다. 당시 저장성 서기였던 시진핑 주석은 유능한 그를 눈여겨보고 있다가 저장성 비서장으로 끌어올린다. 저장성 비서장은 저장성 서기의 비서실장 역할을 하는 자리다.
시 주석 집정 이후인 2013년 1월 저장성 성장에 오른 그는 외곽에서 시 주석을 지원해왔다. 우선 그는 시 주석의 명을 받아 2014년 10월에 진행됐던 제18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 회의(4중전회) 보고서 작성작업에 참여한 인물로 지목된다. 지난해 9월에는 시 주석의 미국방문을 수행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시 주석의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지난해 베이징시장 영전설이 나오기도 했다.
14년간 공청단파가 집정해온 장쑤성으로서는 시진핑 주석의 비서출신 인사를 새로운 지도자로 맞은 셈이다. 급격한 세력교체가 발생한 것. 그렇지 않아도 보쉰(博迅), 명경(明鏡)신문망 등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들을 중심으로 리위안차오 부주석의 낙마설이 퍼지고 있는 시점이다. 리창 서기가 시 주석의 신임을 바탕으로, 리위안차오와 뤄즈쥔을 대상으로 한 사정작업에 앞장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현재 장쑤성 관가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는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