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의 주요 금융 자회사인 KDB생명이 장부가 68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000억원에 매물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KDB생명 최대주주(지분율 85.13%)인 KDB칸서스밸류 사모투자전문회사는 최근 크레디트스위스(CS)를 매각 주간사로 선정하고 예상 매각 가격을 장부가의 절반 이하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공고는 7월 하순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KDB생명이 헐값에 매물로 나온 이유는 2020년 도입 예정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에 따라 1조원 이상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때문에 헐값 매각 논란을 겪은 바 있다.
조선업 구조조정의 핵심인 대우조선해양은 대우그룹 해체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출자전환을 통해 대주주 지위를 얻게 된 자회사다.
2008년 말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했던 한화그룹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매각대금 6조3000억원을 분할 납부하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당시 산업은행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에 투입했던 비용이 컸던 만큼 한번에 제값을 받아내야 한다는 조급증 탓이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가치는 조선업황 부진이 맞물려 급락했다. 수조원대 손실을 낸 대우조선해양은 한화그룹이 관심을 가질 때보다 시장 가치가 현저히 떨어져 산업은행으로서는 헐값 논란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KDB밸류제6호 유한회사가 최대주주인 대우건설도 2017년 10월까지 매각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을 인수했을 당시 이 회사 주가는 1만5000원선이었다. 현재 대우건설의 주가는 채 6000원에 못미친다.
금융권 관계자는 “KDB생명이 새 국제회계기준으로 인해 매각 가격이 내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산업은행의 헐값 매각 논란이 이어지고 있어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향후 국민의 돈을 낭비한 산업은행의 헐값 매각 행위는 도마위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업은행은 "KDB생명은 현재 최소입찰가격을 결정하는 등의 절차에 전혀 착수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예상 매각 가격을 3000억원에 책정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