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일본에 체류했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일 오후 2시40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지난달 7일 롯데케미칼과 미국 액시올 사(社)의 합작 사업 추진을 위해 출국한 지 26일 만이다. 신 회장은 당시 미국과 멕시코에 머물다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주주총회 일정이 잡혀 다시 일본으로 이동, 상황이 정리되자 한국으로 귀국했다.
신 회장은 검찰 수사와 관련된 취재진의 질문에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입을 열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주총을 열고 소송을 제기하는 것에 관해서는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검찰 수사에는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병원에 입원한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병문안 여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겠다"고 짧게 답했다.
검찰은 지난달 10일 롯데그룹 정책본부를 비롯해 신동빈 회장의 자택, 신격호 총괄회장의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나흘 뒤인 14일 롯데케미칼, 코리아세븐, 롯데건설 등 11개 계열사를 상대로 추가 압수수색을 펼쳤다.
아울러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현재 구속된 상태다. 1987년부터 2014년까지 롯데백화점 사업본부의 자금·회계 부문을 담당한 김현수 롯데손해보험 대표는 지난 23일 검찰로부터 소환 조사를 받았다.
롯데 오너가 최초로는 이달 1일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검찰에 소환됐다. 신 이사장은 수감 중인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면세점 입점 로비 과정에서 수십억원의 금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는 자신이 받는 의혹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 측이 신동빈 회장의 검찰 소환 여부에 따라 주총을 다시 열겠다고 말한 만큼 검찰의 롯데그룹 압수수색 배경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제보가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롯데의 위기를 부각시켜 신 회장의 책임론을 강조하고 신 전 부회장이 다시 경영권을 가져가기 위한 시도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 측의 상황도 좋지 않다. 측근들이 줄줄이 법의 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이 아버지 신 총괄회장을 감금했다는 등 허위사실을 퍼뜨린 혐의로 약식기소된 민유성 SDJ코퍼레이션 고문에게 법원이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건조물침입 혐의로 함께 약식기소된 정혜원 SDJ코퍼레이션 상무도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두 사람의 벌금형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법원이 유죄를 인정한 만큼 불리한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아울러 신 전 부회장은 지난달 25일 일본에서 진행된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는 또다시 신 회장에게 패배했다. 신 전 부회장은 자문 변호사를 추가로 영입하고 관련 자료를 검토하는 등 향후 대응책을 구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롯데그룹은 현재 총수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계열사 간 자산거래 과정에서의 배임 의혹 등을 받고 있다. 롯데 오너가에서는 신 이사장이 소환된 만큼 신 회장에 대한 소환 가능성도 충분히 거론되는 상태다.
동영상 업로드= 방성식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