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최근 중국 증시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중국 최대 건설사 완커(萬科)의 '경영권 분쟁'이 6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당국이 개입하면서 또 다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완커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 해 말 중국 중견 건설사 바오넝(寶能)그룹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로 촉발됐다. 이에 맞서 완커는 신주 발행 방식으로 선전지하철을 최대주주로 끌어들이기로 하고, 이와 관련한 구조조정안을 이사회 표결을 통해 통과시켰다.
이에 그 동안 좌시하고 있던 선전증권거래소는 지난 22일 완커 측에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고 신경보(新京報) 등 현지 언론이 23일 보도했다.
당국이 집중적으로 관심을 가진 것은 이사회 표결과 관련해서다. 지난 17일 이사회 표결에서는 이사 11명 가운데 7명이 찬성, 3명이 반대, 1명이 거부권을 행사해 완커의 구조조정안이 통과됐다.
반대표를 던진 이사들은 모두 화룬그룹 출신이다. 거부권을 행사한 1인은 사외이사로 내부 이익 관련자라는 이유로 불참했다. 이를 두고 화룬그룹 측은 이사회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8표)를 얻는데 실패한 것이라며 이사회 표결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화룬그룹이 '동지'에서 '적'으로 변해 완커 그룹에 칼날을 겨눈 셈이다.
이에 대해 거래소는 사외이사의 거부권 행사이유, 합법성 여부, 사외이사 적합성 여부 등에 관한 자료를 완커 측에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외에도 선전지하철의 완커 신주매입 자금조달 출처, 선전지하철의 수익모델과 향후 지속가능한 수익성 여부, 신주발행 가격, 단기적 리스크 등에 대해서도 완커는 자료를 거래소에 제출해야 한다.
선전증권거래소는 자료 제출 마감 기한을 24일로 정했다. 이는 이르면 다음주부터 완커 주식 거래가 다시 재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완커 주식은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지난 해 12월 18일부터 현재까지 선전증권거래소에서 거래가 잠정 중단한 상태다.
당국까지 개입했지만 완커의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남아있다. 기존의 최대주주였던 화룬그룹이 3대주주로 내려앉은데 따른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번 구조조정안으로 선전지하철이 완커의 지분 20.65%를 가지며, 적대적 M&A를 시도한 바오넝그룹의 지분은 약 19%로 줄어들 예정이다. 하지만 동시에 기존의 최대주주였던 화룬그룹도 지분이 12% 정도로 줄었다.
완커는 오는 8월 또 한차례 이사회 표결, 그리고 전체 주주총회 표결도 남겨두고 있는데 여기서 화룬그룹은 구조조정안을 무산시키기 위한 우호적인 세력을 끌어들이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의 표심도 관심사다. 완커의 구조조정안에 반대하는 소액주주들도 이사회 표결 무효 소송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향후 주주총회에서 구조조정안이 통과될지도 미지수다.
선전증권거래소에서 완커 주식이 거래가 재개된 후 향방도 시장의 관심사다. 완커 시가총액은 2372억 위안으로 선정성분지수 가중치에서 2.24%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기 때문. 현재 완커보고서를 내놓은 9개 증권사 중 8곳에서 완커의 선전지하철과의 협력을 긍정적으로 내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