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진영 기자 = 1998년 처음으로 외주 제작 시장에 뛰어들었다. SBS '백야 3.98'로 주목을 받고 장동건 주연의 SBS '고스트'와 이병헌-최지우 주연의 '아름다운 날들'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대작 전문' 제작사란 타이틀을 얻었다. 43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던 MBC '태왕사신기'가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하며 위기도 겪었지만 김종학의 전진은 멈추지 않았다. '대장금'으로 중동 한류 시장을 개척한 이병훈 PD와 '허준', '올인' 등을 집필한 최완규 작가 콤비의 신작 MBC '옥중화'로 김종학프로덕션은 다시 한 번 '사극 한류'를 꿈꾸고 있다.
"한류드라마를 움직이는 사람이란 호칭은 제게 맞지 않아요. 저는 다만 그런 분들의 옆에 있을 뿐인걸요."
하지만 이런 겸양의 태도와 다르게 손 대표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선 열정이 넘쳤다. "어떤 경쟁작도 만만하게 볼 수 없다"면서도 "김종학프로덕션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한다"는 자부심을 잃지 않았다. 겸손하고 차분하게, 하지만 일은 열정적으로. 손 대표는 그렇게 김종학 프로덕션의 굵직한 순간들을 함께했다.
"늘 좋을 순 없죠. 김종학에도 위기가 있었고. 사실 저희가 업계에서 가지는 입지가 크지 않은데 그에 비해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고 선 굵은 작품을 하다 보니 업력(業力)이 있어요. 그건 회사가 어려울 때 믿고 투자해 준 분들 덕이에요. 엔터 산업이 안정적이지 않은데 과감한 투자가 있어 저희가 큰 작품을 할 수 있었던 거죠."
이렇듯 '투자'를 강조하는 손 대표가 가장 많이 투자하는 분야는 바로 사람. 그는 이병훈 PD를 비롯해 지금까지 작품을 함께한 수많은 PD와 작가, 배우들이 손기원 대표와 김종학프로덕션이 가진 힘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현재 저희와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남인가요. 이제껏 함께한 분들 모두 가족이죠. '대망'과 '태왕사신기'를 함께한 송지나 작가나 '이산', '화정'의 김이영 작가, '추적자' 박경수 작가, '베토벤 바이러스', '더킹 투하츠'를 연출한 이재규 PD 등. 그런 분들과 일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에요. 사실 전 지혜나 지식이 짧은데, 자기 분야에 열정과 지혜를 가진 분들과 일하며 많이 배워요."
업계에서의 지위가 미약하다는 손 대표지만 김종학프로덕션의 지난 작품들을 살펴보면 이 같은 표현이 겸손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조인성, 송혜교 등 스타들의 초기 작품부터 '이산', '마의' 같은 사극에 웹드라마까지. 김종학의 포트폴리오는 누구도 따라오지 못 할 정도로 다채롭다.
"이병훈 감독 같은 분과 일하면 사명감은 당연히 가져야 한다"며 웃는 손 대표의 목표는 지금까지처럼 새롭고 유익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 그 결과가 국내는 물론 해외에까지 한국의 좋은 콘텐츠를 알리는 것으로 이어진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시장이 커져야 투자가 따르고 그럴수록 스태프들의 환경이 더 좋아지며, 이는 좋은 작품의 탄생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
"이병훈 감독은 촬영 현장을 구경하는 사람들을 막지 않아요. 작품에 대한 관심은 자연히 호응으로 이어진다 여기거든요. 해외 관광객의 경우엔 더 그래요. 한 명, 한 명이 민간 외교관이잖아요. 그들에게 한국의 좋은 문화와 콘텐츠를 소개하는 건 중요한 일이죠.
현재는 콘텐츠의 사업이 확장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웹드라마 한 편을 하더라도 거기서 파생되는 사업들이 어마어마하죠. 리메이크에 참여할 수도 있고 게임을 개발할 수도 있고 콘서트 등 공연을 기획할 수도 있고. 그렇게 파이가 커지면 2~3시간씩 자면서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많은 스태프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다만 사업을 확장하는 데는 많은 지식이 필요해서 실행에 옮기기는 쉽진 않아요. 앞으로 김종학프로덕션이 이런 분야에서 최초면 좋겠어요. 최고라면 더 좋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