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 검찰의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차부지에 들어설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층수가 당초 115층(571m)에서 105층(526m)으로 낮춰진 이유에 대해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업 승인과정에서 층수가 낮아지면서 결과적으로 GBC의 높이가 롯데월드타워(123층, 555m)보다 낮아졌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굳이 국내 최고(층) 빌딩의 주인 자리를 포기하면서까지 층수를 낮출 뚜렷한 이유가 없어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대차동차그룹은 지난해 9월 GBC 부지에 들어설 105층 건물과 51층 건물 2개동을 포함한 개발계획 수정안을 시에 제출했다. 건물 연면적은 92만㎡, 건폐율(사업지 면적 대비 건축면적 비중)은 52.25%로 책정했다. 3~5층 규모 전시·컨벤션용 건물과 1~3층 규모 전시용 건물도 들어선다. 전시·컨벤션 시설 접근성을 높이고 원활한 운영을 위해 저층부에 주로 배치했다.
층고를 낮춘데 대해 현대건설 관계자는 "처음 서울시에 제출한 115층은 제안에 불과했다. 사전협상 과정을 통해 다양한 경우를 고려해보고, 사옥이 수용해야 할 직원들 수를 헤아려 보니 105층 정도가 적당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면서 "다른 배경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고층에 대한 목표가 당초부터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보통 '최고(층) 빌딩'이란 상징성이 빌딩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차가 층고를 낮춘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많다. 한 부동산 개발업체 관계자는 "보통 뒤에 지어지는 건물이 1m라도 층고를 높여 상징성을 가지려고 하는데 간발의 차이로 최고 빌딩 자리를 내어준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현대차의 경우 자체 사옥으로 쓸 예정이어서 상징성보다는 공간 활용성을 우선 고려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층수에 대해 큰 관여를 하지 않는다"면서 "지구단위계획으로 지정했을때 이미 높이는 최고 600m 이하로 책정을 해놨기 때문에 현재 층수보다 더 높이고 싶다면 얼마든지 올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대차가 당초부터 제2롯데월드타워와 층수를 두고 논란에 휩싸이기 싫어한 것으로 안다"면서 "현대차 측에선 여전히 층수를 높힐 계획은 없어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와 현대차는 10여 차례에 걸친 협상조정실무회의와 전문가 자문을 거쳐 현대차그룹 개발 계획안을 마련했다. 현재는 현대차가 제시한 약 1조7030억원 규모의 공공기여의 용처와 도시관리계획 결정에 따른 법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층고가 105층으로 확정될 경우 송파구에 123층 규모로 건립 중인 제2롯데월드타워가 국내 최고 빌딩으로 올라서게 된다. 착공은 2017년 1월 초로 예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