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척간두' 롯데…산적한 국내외 과제로 골머리

2016-06-1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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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에서 바라본 롯데[남궁진웅 timeid@]

남산에서 바라본 롯데[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잇따라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받은 롯데가 산적한 국내외 걱정거리로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이르렀다. 그룹 내에선 업무 마비를 겪고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기업가치가 떨어지고 추진 사업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 게다가 이달 말 일본에서 한·일 롯데의 지주사격인 일본롯데홀딩스의 주총이 열려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서야 하지만 그룹의 핵심 인력들이 출국 금지로 발이 묶인 상태다. 이로 인해 신동빈 회장은 외로운 싸움을 벌이게 됐다.

14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검찰의 백화점식 수사로 인해 롯데 각 계열사의 업무가 마비됐다. 당시 컴퓨터 하드디스크부터 임직원의 휴대전화까지 압수당해 직원 간 소통조차 어려운 실정이 됐다.
검찰은 통상 압수 자료를 백업한 뒤 하드디스크와 문서 등을 돌려준다. 그러나 이번 압수물의 양이 많아 이를 되돌려 받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아울러 이날 검찰은 롯데건설,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계열사 10여곳 등 총 15곳에 관해 2차 압수수색까지 벌였다.

지금까지 1톤 트럭 수십대 분량의 자료가 검찰의 손에 넘어갔다. 검찰은 롯데가 계열사 간 내부 부당 거래를 통해 오너가의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여부를 수사 중이다. 특히 롯데의 숙원 사업인 제2롯데월드 인·허가 과정에 관해서도 검찰은 비리 의혹을 주시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로 롯데의 기업가치마저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달 1일부터 14일까지 롯데그룹 10개 상장사의 시가총액을 살펴보면 2조2000억원 가량 증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달 초 이들 10개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26조3600억원이었다. 하지만 14일 현재 시가총액은 24조1587억원에 그쳤다. 이달에만 10% 가까운 총액이 날아가버린 셈이다. 검찰 수사가 시작된 10일이후를 살펴봐도 나흘만에 5.1%가 쪼그라들었다. 검찰 수사당시 롯데의 시가총액은 25조4441억원 이었다.

이날 오전에도 롯데 상장주는 일제히 떨어지는 중이다. 롯데의 상장주는 평균적으로 2~3%씩 모두 하락했다. 롯데정밀화학의 경우 전일대비 4.46%가 떨어졌다.

또 이번 검찰 수사와 관련, 지난 13일 롯데케미칼의 미국 화학사 액시올(Axiall) 인수를 포기한다고 공시한데 이어 호텔롯데가 최근 추진 중이던 1조7000억원 규모의 미국 면세점 인수 협상과 프랑스와 미국 유명 호텔의 M&A 추진, 롯데제과의 현대로지스틱스 주식 인수도 잇따라 무산되거나 중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 호텔롯데 상장 취소에 신뢰도 추락, 日롯데홀딩스 주총도 우려

특히 검찰 수사로 인해 호텔롯데의 상장이 취소되면서 함께 추진되던 공모채 발행도 무산됐다. 롯데는 이로 인해 기업 신뢰도에 타격을 받고 주요 계열사의 회사채의 발행도 줄줄이 취소하는 상황이다. 롯데는 유동성이 좋은 기업으로 평가받지만 이같은 악재가 계속된다면 벼랑 끝에 밀려 회생이 어려워지는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달 말 예정된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도 관심사다. 주요 계열사의 임원들이 검찰의 수사로 인해 현재 출국 금지 조치를 당한 탓에 신동빈 회장은 혼자 몸으로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맞서 싸워야 한다.

현재 멕시코에 머무르는 신 회장은 국내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곧장 일본으로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 회장이 만약 한국으로 돌아온다면 다른 고위 임원들과 마찬가지로 출국이 금지돼 롯데홀딩스 주총에 참석하지 못할 수 있다. 이미 일본으로 출국한 신동주 전 부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신 회장은 주총에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처지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일정에 관해서는 자세히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도 "수사에는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으며 롯데그룹도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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