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브라질 현시기간 2016년 6월 12일 0시 19분.
동국제강이 포스코, 브라질 발레와 합작해 브라질 북동부 쎄아라주 뻬셍 산업단지에 건설한 CSP 제철소의 연산 300만t급 용광로(blast furnace, 철광석에서 철을 뽑아내는 대형 노. 높이가 100m 이상 높아 고로라고도 부름)가 첫 쇳물을 쏟아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오전 10시 40분 화입을 한 뒤 37여 시간 만이다. CSP 임직원들은 물론 공휴일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용광로 출선 소식을 숨죽여 기다리고 있던 동국제강 그룹 임직원들은 출선 소식을 듣자마자 일제히 자축의 함성을 질렀다.
이로써 동국제강이 창립 62년 만에 처음으로 건설한 CSP 용광로는 수명이 다할 때까지 불을 꺼뜨리지 않고 쇳물을 생산하게 된다. 내용적 3800㎥의 CSP고로는 높이 110m로 연간 최대 312만t의 쇳물을 생산한다. 안정성을 최적화한 검증된 표준 사이즈로 브라질 정부의 엄격한 환경규제를 능가하는 집진설비를 보강해 원료 장입 시 발생되는 비산 먼지 농도를 같은 규모의 고로보다 평균 20%까지 줄이도록 설계했다.
CSP제철소는 동국제강이 쎄아라주 투자를 시작한 2005년 이후 11년 대장정의 화룡점정이며, 2012년 7월 제철소 착공 이후 약 4년에 걸친 그린필드 공사(인프라에서부터 공장까지 건설)를 마무리 지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10일 화입에 앞서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CSP는 고로제철소를 만들겠다는 3대에 걸친 꿈의 실현이며, 2005년 브라질 쎄아라에 제철소를 짓겠다는 약속을 지켜낸 일”이라며, “CSP를 세계 최고의 제철소로 만들고 지역사회와 더불어 성장하는 정신을 브라질에서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CSP제철소는 동국제강이 1954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직접 투자한 용광로 제철소다. 동국제강은 포스코와 함께 한국 철강사 중 처음으로 브라질 진출이라는 역사를 쓰게 됐으며, 포스코, 현대제철에 이어 3번째로 용광로 제철소를 보유한 기업으로 도약했다.
동국제강은 1965년 삼화제철소의 소형 용광로를 인수해 활용한 바 있고, 현재 인천과 포항에 3개의 고철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전기로 공장(총 360만t 생산능력)을 운영하고 있지만, 현대식 대형 용광로를 처음부터 투자해 가동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SP 제철소는 브라질 철광석 회사인 발레까지 참여한 한국과 브라질 경제 협력의 상징이다. 동국제강(30%)이 기획자와 슬래브 구매자로서 참여했고, 브라질의 발레(50%)는 철광석 원료를 공급하고, 포스코(20%)가 기술부문과 가동을 맡는 역할로 합작했다. 총 55억달러 규모의 투자로 4년 동안 공사기간 동안 일일 최대 1만여 명의 건설 인원을 투입해 고로를 포함해 원료 야적장, 소결, 제선(용광로), 제강, 연주 공장 등을 갖춰 연간 300만t의 철강 반제품(슬래브)을 생산할 수 있는 제철소로 탄생했다.
공장 건설과 별도로 쎄아라 주정부와 브라질 연방정부도 제철소와 연계되는 7억달러 규모의 항만, 발전소, 변전소, 도로, 용수 등 인프라 투자를 병행했다. 브라질 북동부 지역 최대 외자유치사업으로 브라질 북동부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한 국책사업으로서 공단부지 조성, 수출자유지역 지정, 금융 등 다양한 지원을 했다.
동국제강은 CSP 제철소 가동으로 글로벌 일관제철 사업자로서 지위를 격상시켰다는 점이 가장 의미 깊다. 동국제강은 CSP에서 생산하는 슬래브 중 60만t은 한국으로 들여와 직접 사용하고, 100만t을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함으로써 글로벌 철강사로 활동하게 된다.
특히 용광로 제철소가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던 동국제강은 CSP를 통해 후판사업의 원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최우선 집중할 방침이다. 동국제강은 CSP의 슬래브를 사용할 경우 후판 사업부문에서만 100억원 상당의 원가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후판 사업 구조조정으로 턴어라운드에 돌입한 후판 사업은 CSP를 통해 확고한 수익 사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동국제강은 CSP를 활용해 후판 사업의 고도화도 병행한다는 전략이다. 동국제강은 CSP 제철소 소재를 사용하여 후판 고급강(TMCP 후판 및 열처리 후판 등 원유수송용, 플랜트용, 보일러용 등에 사용되는 후판류) 비중을 2015년 기준 15% 수준에서 2017년 30%까지 높인다는 방침이다. 용광로 제철소인 CSP에서 고급강용 소재를 원가 수준에서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을 활용할 경우 추가로 100억원 상당의 수익 증대와 1000억원 상당의 매출 증대가 가능하다.
이외도 동국제강은 CSP를 활용한 원자재 협상력 제고, 직접 설계한 원자재 사용에 따른 품질 안정성 향상 등의 간접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CSP는 동국제강 물류 계열사나 IT 계열사의 글로벌화의 기회를 제공하게 되며, 향후 브라질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 확장에 따라 동국제강 그룹 차원의 다양한 시너지도 예상된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CSP제철소의 조기 가동안정화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