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유명 감독에 대형 배급사가 붙은, 흥행이 보장된 작품이라도 다른 배우로 대체 가능한 역할이라면 별로예요. 저만이 할 수 있는 캐릭터에 구미가 당기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인물이랄까…요리로 치면 재료가 많은 것들이요. 그래야 제가 다양한 요리로 만들어 낼 수 있잖아요. 재료가 세 개뿐이라면 완성될 요리는 너무 예상 가능하고, 그런 요리는 굳이 제가 만들지 않아도 되니까요.”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작품이 좋다”는 김명민은 오는 16일 개봉하는 영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에서 오로지 돈만을 쫓는, 법률사무소 사무장를 연기한다. 기구절창(崎嶇切愴)한 삶이다. 전과자의 아들이라는 주홍글씨를 지우기 위해 경찰이 됐지만, 꼬리표는 여전히 남아 번번이 승진에서 고배를 마신다. 동고동락한 동료의 배신으로 그마저도 옷을 벗었다. 배신하지 않는 건 돈뿐이라는 생각에 물질만을 쫓았는데, 전과자의 아버지를 둔 어린 꼬마가 “우리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서럽게 우는 모습에 동병상련을 느껴 울며 겨자 먹기로 거대 권력에 맞선다.
[사진=영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 스틸]
갑에게 용감무쌍하게 달려드는, 겁을 상실한 을의 이야기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1000만 관객에 빛나는 ‘베테랑’과 2016년 최고 흥행작 ‘검사외전’에서 이미 본 것이니까. 그럼에도 이 영화가 김명민의 마음을 흔든 이유는 무엇일까?
“속물근성에 찌든 필재가 변해 가는 과정이 흥미로웠죠. 아주 현실적이지 않나요? 다른 영화에서의 을들은 다들 없이 살면서도 맹목적으로 정의를 추구하잖아요. 필재가 돌아서는 과정은 아주 그럴듯하고 단단한 서사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필재의 변화는 작품에서 아주 작은 부분이라 영화에 드러나지 않는 필재의 전사(前史)를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려고 고민했어요. 그게 이번 작품에서 가장 즐거운 일이기도 했고요.”
배우 김명민 인터뷰[남궁진웅 timeid@]
돈을 밝히고, 계산에 능하고, 가볍게 타협하는 김명민의 모습은 낯설다. 끊임없이 자신을 초극한 영웅 이순신(불멸의 이순신), 마비되어가는 손으로도 끝내 지휘봉을 놓지 않은 천재적 지휘자 강마에(베토벤 바이러스), 돌진하는 죽음을 온몸으로 마주하는 루게릭병 환자 백종우(내 사랑 내곁에) 등을 거치면서 김명민은 극단적 캐릭터를 위해 자신을 극단으로 몰아세우는 배우로 인식됐다.
“어떻게 이뤄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새 저에게 신뢰감이라는 이미지가 생겼더라고요. 드라마에서는 대중의 기대에서 아주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영화에서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양아치라든지, 소시오패스라든지요. 데뷔 20년 차인데도 아직도 하고 싶은 역할이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