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에서 서비스로, 독선에서 지원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블랙야크 본사에서 만난 강태선 서울시체육회 회장(블랙야크그룹 회장)은 대한체육회의 변화 필요성을 강력히 강조했다. 그는 “이를 바꾸지 않으면 누가 회장이 되든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라며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사람, 대한체육회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회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스포츠 CEO'로 통한다. 그는 1970년대 시작한 작은 가게를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로 키워내는 성공 신화를 썼다. 그의 성공은 기업 경영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체육계에서도 행정 전문가로서 입지를 다졌다. 대한체육회 대의원, 이사, 서울시체육회 감사, 부회장 등을 역임한 그는 체육계 구조와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서울시체육회 회장인 그는 ‘스포츠도 경영이다’란 슬로건을 내걸고 서울시체육회 시스템을 개선했다. 그 결과 지난 1년간 서울시가 접수한 체육회 관련 민원은 단 1건에 그쳤다.
그는 우선 서울시체육회 행정 시스템을 관리형에서 서비스형으로 바꿨다. “우리 사무처 직원들은 아침에 출근하면 종목단체에 가서 ‘뭘 도우면 될까요’라고 묻습니다. 종목단체는 선수 훈련 등을 통해 선수들이 열심히 운동하게 하면 됩니다.”
호봉제를 도입하는 등 선수와 지도자에 대한 처우도 개선했다. “조례를 바꿔 지자체 체육회 직원과 지도자의 임금체계에 호봉제를 도입했습니다. 올해 도봉구 등 세 곳이 연봉제에서 호봉제로 전환합니다. 내년에는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오래 근무할수록 연봉이 올라가니 생활도 안정되고 지도자 역할에도 몰입할 수 있지요. 예산도 체육회, 종목단체, 정부가 함께 기획하고 편성하면 오해가 생기지 않습니다. 투명하게 운영하면 신뢰가 쌓이기 마련이지요.”
강 회장은 대한체육회가 '지원'에 집중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한체육회는 행정과 경영을 통해 정부, 68개 종목단체, 17개 시도체육회를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 합니다. (대한체육회 회장은) 서비스와 봉사 정신이 투철해야 합니다. 종목단체에 권력을 행사하거나 인사권을 발동하거나 예산 집행에 힘을 과시해서는 안 돼요. 이렇게 하면 불신이 생깁니다. 체육회는 서포트 역할만 해야지 권력이 돼서는 안 됩니다.”
그는 전산화를 통해 종목단체들의 행정 업무를 대폭 줄이는 등 행정을 간소화하고 효율화할 방침이다. “종목단체들에 행정 업무가 너무 많습니다. 이를 축소해 선수 훈련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주겠습니다. 전산화를 통해 어디서나 앉아서 일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정부가 대한체육회의 독립성을 흔든다는 체육계 일각의 지적과 관련해 강 회장은 “독선과 독립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기흥 회장은 독립이 아닌 독선입니다. 정부에서 인정받을 때 체육회는 독립할 수 있으며, 시도체육회와 종목단체를 아우르는 협치 체제를 이룰 수 있지요. 정부의 신뢰를 못 받으면 독립은 있을 수 없습니다. 정부에서 인정을 못 받고 독립이 될 수 있나요? 이것은 싸움입니다. 체육회를 정부에서 독립시키고, 그 힘을 체육회와 종목단체에 나눠주겠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독립입니다.”
대한체육회의 변화를 완성하는 데는 단 4년이면 족하다고 했다. “프로그램을 개발해 두면 다음에 어떤 사람이 오더라도 손대지 못합니다. 임기를 딱 4년만 하고 다른 이에게 인계하면 됩니다.”
그는 공과 사를 구별할 것을 촉구했다. “물은 오래 고이면 썩기 마련이지요. 이기흥 회장이 8년간 있으면서 정이 든 사람도, 사적으로 친한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변화를 일으키려면 사적인 것은 사적인 것으로 둬야 합니다. 체육회를 생각해서 행동해 주길 부탁 드립니다. 개인적 인연 때문에 전체 체육회를 망가뜨리는 우를 범한다면 후회할 것입니다. 공과 사를 구별해서 체육계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판단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