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 중 공유(45)는 결혼 뒤 지독한 외로움을 겪고 있는 '한정원' 역을 연기했다. 이혼한 전 아내 '서연'과 관계 회복을 위해 새로운 아내 '인지'(서현진 분)과 결혼하는 인물. '기간제 결혼 서비스'를 이용하며 새로운 감정을 느끼고 혼돈을 느끼게 된다.
"작품이 (기간제 결혼 서비스라는) 극단적 설정을 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 있는 메시지가 좋더라고요. 거기에 끌렸어요. 또 '정원'이라는 인물을 탐구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겪은 일을 겪어본 건 아니지만 본질적으로 느끼는 감정에 동질감을 느꼈거든요. 호기심이 생겼던 거죠."
공유는 '한정원'을 바라보며 실제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관해서도 들여다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지양하는 관계성과 사랑의 감정에 관해서도 솔직히 터놓았다.
"소유의 사랑에 관해서는 지양하고 있어요. 다소 이상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제가 생각하는 사랑의 가치관은 성숙함에서 오는 관계에요. 집착이나 통제 그리고 소유 없이 건강하고 성숙한 관계를 원해요. '정원'을 연기하며 오히려 이런 관계들을 객관적으로 보고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공유는 이같은 생각을 바탕으로 '한정원'이라는 인물을 빚어갔다고 설명했다.
"제가 어떻게 '정원'의 트라우마를 다 알겠어요. 그저 상상하는 수밖에 없죠. 저는 그가 유년 시절의 충격으로 성장이 멈추어버렸다고 생각했어요. 온전한 사랑을 보지 못하고 자라서 무감해졌을 거라고 보았습니다.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서 말라가고 있다고 본 거죠. '정원'은 방어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었어요. 누군가 드라마를 보고 '(정원이) 동태 눈에서 생태로 변해가는 과정'이라는 평을 남긴 걸 보았는데 육성으로 터졌어요. 엄청나게 공감이 가더라고요. '정원'은 몸만 컸지, 어린아이 같다고 생각했고 한순간 마음을 열어버리는 친구라고 해석했어요."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고 하지만, 최근 공유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피폐한 상황과 심리를 가진 인물들이 많았다. 드라마 '도깨비' '고요의 바다', 영화 '서복' 등에 이르기까지 마른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인물들이 자주 보였다.
"저도 저를 알아가는 과정에 있어요. 뭔지 모르고 (작품을) 결정할 때가 있거든요. 지나고 보니까 '아, 그렇구나' 싶은 거죠. 저는 알려진 사람이지만 보이는 만큼 밝지 않아요. 원래의 저는 어두운 면도 가지고 있는데 작품을 선택할 때 그런 점들이 드러나는 거 같아요. '트렁크'도 그런 거 같아요. 말랑하고 밝고 동화 같은 이야기가 주는 판타지가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는데요. 저는 그런 먹먹하고 슬픈 이야기 속에서 오히려 위로나 치유를 받는 경우가 많아요."
공유는 '인지'를 연기한 서현진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서현진 씨가 연기하는 걸 꼭 눈으로 보고 싶었어요. '트렁크'를 통해 만난 현진 씨는 훨씬 더 똑똑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원'으로서 연기하기 편하게 만들어주었어요. 특히 2부에서 '인지'가 절규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그걸 보며 '정말 지독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더라고요. 긍정적 의미로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고 여운이 밀려드는 신인데. 자신을 마구 갈아 넣어서 (장면을) 만들더라고요."
공유는 '트렁크'를 떠나보내고 오는 26일 '오징어게임2'를 통해 또 한 번 글로벌 시청자들과 만난다. '오징어게임' 1편에서 '딱지남' 역할로 출연했던 그는 2편에서도 짧지만, 강한 캐릭터를 선보일 예정이다.
"'오징어 게임'은 특별출연에 가깝긴 하지만 빠른 시일 내 시청자분들과 만나게 될 것 같네요. 아무래도 주인공은 작품 전체의 호흡이나 캐릭터들을 살펴야 하니 어려운 점이 많은데요. '딱지남'은 독자적인 캐릭터고 특별출연이다 보니 가벼운 마음을 가질 수 있었어요. 그래서 더욱 신나게 재밌게 찍을 수 있었고요.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역할이라서 굉장히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