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묻지마 살인범은 18일 경찰 조사에서 “범행 전날 주방에서 몰래 흉기를 들고 나왔다. 화장실에 미리 숨어 있다가 들어오는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여자들이 나를 무시해서 그랬다. 피해자와는 알지 못하는 사이”라고 진술했다.
현재까지의 수사 결과 등을 종합해 볼 때 강남역 묻지마 살인은 전형적인 여성 혐오 범죄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 1980년 5월 신군부가 5ㆍ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진압하면서 자행한 학살에도 혐오의 대상만 다를 뿐 ‘특정 지역민 혐오’라는 요소가 숨어 있다.
이런 상화에서 신군부는 5ㆍ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자신들의 집권에 반대해 민주화를 외친 광주 시민들을 잔인하게 대량 학살했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에선 지역감정이 더욱 악화됐고 호남인들을 혐오하는 풍토도 더욱 강화됐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은 한 개인이 저지른 범죄이고 광주 학살은 신군부가 자행한 학살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광주 학살과 강남역 묻지마 살인에는 모두 여성과 특정 지역민에 대한 혐오가 개입돼 있다는 점에서 비극의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우려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