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베네수엘라의 경제난이 장기화되면서 정치적 혼란까지 가중되고 있다. 민심이 크게 동요하는 가운데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쿠데타를 통해 축출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가 15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최근 베네수엘라에서는 항생제 등 의약품이 부족한 탓에 신생아 사망률이 급증하고 있다. 경제 위기가 길어지면서 생필품이 부족해지자 밀가루, 닭고기 등을 약탈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비공식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약탈 관련 사건은 100건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마두로 대통령은 전날인 14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의 이바라 광장에서 "외세가 개입하면서 경제 위기가 시작됐다"며 "반정부 세력이 외국 군대의 개입을 꾀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훈련을 시행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또 "조업을 중단한 공장을 압류하고 해당 기업주를 체포하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이는 베네수엘라 최대 식품업체인 폴라르 그룹이 맥주 생산을 중단한다는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폴라르 그룹 산하의 4개 맥주 회사는 베네수엘라 맥주 소비량의 80%를 공급하고 있다.
폴라르 그룹 소유주인 로렌소 멘도사는 마두로 정권에 대한 반대 의사를 공공연하게 밝혀온 인물이다. 이번에도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외환이 부족해져 맥아 보리를 수입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번 마두로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상 반대파 탄압의 일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마두로 대통령을 필두로 하는 정부 측과 반정부 측 사이에 갈등이 깊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쿠데타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최근 미 정보당국 관계자들을 인용, 마두로 대통령이 측근 또는 군부에 의한 쿠데타로 축출될 수 있다는 전망을 잇따라 내놓기도 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앞서 올해 1월 2개월간의 국가 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 기간 대통령은 의회의 동의 없이 입법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당시 정부는 세금을 인상하고 복지 예산과 식료품 수입을 조절하는 한편 기업체 활동과 산업생산, 통화 거래 등에 통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최근 세자릿수 인플레이션, 심각한 불황, 만성적인 생활필수품 부족 등이 겹쳐 마두로 정권에 대한 지지가 바닥까지 떨어지면서 반정부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