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이규엽 제주대 교수 "中 일대일로 우리 금융에도 큰 기회"

2016-05-09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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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엽 제주대학교 법과정책연구원 한중금융연구센터장[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서동욱 기자 =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 정책은 우리 금융에도 큰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규엽 제주대 교수(한중금융연구센터장)는 9일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이처럼 강조했다.

'일대일로'란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일대)와 동남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일로)를 뜻하는 말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9~10월 중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순방에서 처음 제시한 전략이다.

일대일로가 현실이 되면 중국을 중심으로 육 · 해상 실크로드 주변의 60여개국을 포함한 거대 경제권이 형성된다. 시 주석은 유라시아 대륙에서부터 아프리카 해양에 이르기까지 60여개의 국가, 국제기구를 참가시켜 고속철도망을 통해 중앙아시아·유럽·아프리카를 연결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대규모 물류 허브 건설, 에너지 기반시설 연결, 참여국 간의 투자 보증 및 통화스와프 확대 등의 금융 일체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문제는 자금이다. 이규엽 교수는 중국 주도 일대일로 지역 인프라 투자액을 10조 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다양한 국가들이 사회간접자본(SOC)부문에 대해서 PPP(Public-Private Partnership) 방식으로 참여하겠지만 결국 중국 쪽에도 자금은 필수적이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AIIB)으로 1000억 달러, 현재 조성중인 실크로드 기금으로 400억 달러를 충당하더라도 턱없이 부족하다. 나머지는 금융을 통해 조달하는 수밖에 없다. 결국 중국 금융시장의 파이(Pie)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기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적기다. 과거 중국은 제도를 시행하거나 시장을 개방할 때 하나의 지역구를 특구로 지정해 이를 시험해보고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러나 실물경제에 적합했던 이 방식을 추상적 자금이 모이고 또 퍼져나가는 금융시장에 적용할 수는 없었다. 이런 이유로 중국은 금융시장에서만 외국자본이 금융사의 지분을 49%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혜택을 줬다.

하지만 이는 고도로 발달된 외국 기업의 경영 기법을 과소평가한 것이었다. 서구 기업들은 여러 전략으로 중국 금융계의 '49%'룰을 무력화시켰고, 결국 중국은 그 절충안을 찾아야만 했다. 중국에 우호적이고 가까운 나라인 대만, 홍콩, 싱가폴 등의 경우 증권·금융사 지분을 49% 이상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이규엽 제주대학교 법과정책연구원 한중금융연구센터장[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그리고 그 다음 차례는 한국이다.

이규엽 교수는 "한국은 중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때 금융 부분 항목을 따로 만든 유일한 나라다. 그만큼 한국을 특별히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며 "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간자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한국의 정치·외교적 특성이 더 많은 혜택을 부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어떻게'냐다.

지난해 한국계 은행과 금융기업들은 중국에 약 2조2000억원을 투자해 298억원 가량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고도 성장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 경제에 투자한 것에 비해서는 수익이 좋은 편이 아니다.

규모도 미비하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자본 가운데 한국 자본의 비중은 4.8%에 불과하다. 중국 전체 금융 자산에서는 0.07%에 머물러 있다. 금융 분야에서만큼은 중국과 실질적인 협력사업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처럼 한국인에 의해, 한국인의 방법으로, 먼저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은 안 됩니다. 이미 중국에 들어가서 투자해 고수익을 얻는 세계적인 투자은행(IB)들이 중국 시장에 어떻게 들어가고 어떻게 운용하고, 또 어떻게 나오는지에 대해 배울 필요가 있어요."

이규엽 교수는 한국계 금융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할 때 금융리스사, 중국지방은행, 신탁회사, 선물(파생)회사 및 자산운용사에 대한 전략적 지분투자 방법을 사용할 것을 권했다.

그는 "과거 중국 금융은 예금을 받아 대출을 해주는 단순한 형태였다. 중국 정부도 예대율을 75%로 규제하며 시장을 엄격히 제한했다"며 "파생상품이 세계 금융 시장을 뒤흔든 2008년 파생 시장이 전무했던 중국은 오히려 호황기를 맞았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돈이 필요하고 성장에 한계를 느낀 중국이 파생시장을 개방하고 있다.

이규엽 교수는 "우리 파생시장은 2010년 세계 1위를 달리다가 2015년 기준 10등까지 떨어졌다"며 "시장이 위축돼 뛰어난 인재들이 외부로 유출되거나 전업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런 인재들이 활약할 수 있는 곳으로 고도의 금융파생상품을 도입 중인 중국 금융시장을 꼽는다. 우리의 축척된 경험과 우수한 기술이 중국의 거대한 금융자본, 시장과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민간뿐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도 필요하다. 지난달 중국은 난사 지역을 자유구역으로 선포하며 항만·철도 등의 대대적으로 개발을 선언했고, 베이징 지하철 4호선 건설 사업에도 대규모의 외자가 투입됐다. 하지만 한국은 두 곳 모두 참여하지 못했다.

이규엽 교수는 "중국 발전계획위원회에서 지난해 5월 중국 전역의 1048개 PPP 프로젝트를 발표했다"며 "아무래도 중국 PPP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그가 금융감독원 북경대표처 대표를 맡고 있던 시절 간쑤성 난주시 경제부시장이 난주시 지하철 공사에 한국 자본이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제의를 한 바 있다. 비록 실현되진 못했지만 PPP사업에 있어서 정부간 접촉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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