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대회] 북한 대남평화공세 속내는, 남북관계 주도권 양보 않겠다?

2016-05-09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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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이 노동당 7차 당대회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결산) 보고에서 "조국통일이 가장 중대하고 절박한 과업"이라고 대남 평화공세를 펴 그 배경이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일단 김정은 제1위원장의 대남(對南) 메시지는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8일 김 제1위원장이 노동당 제1비서 자격으로 지난 6일부터 이틀에 걸쳐 사업총화 보고를 진행하면서 "조국의 자주적 통일을 이룩하려는 것은 조선노동당의 확고한 결심이며 의지"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사진=신화통신]

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제1위원장은 이번 사업총화 보고에서 조국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투쟁방침으로 △민족자주 △민족대단결 △평화보장 △연방제 실현 등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조국통일 3대헌장을 관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36년 전 당시 김일성 총비서가 제6차 당대회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 방안'으로 내세웠던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3대 원칙을 그대로 반복한 것이란 평가다.

연방제 실현 방침 또한 제6차 당대회에서 김일성이 "북과 남이 사상과 제도를 그대로 두고, 연합하여 하나의 연방국가를 형성하자"고 주장한 것을 그대로 계승한 것이다.

특히 "조국통일을 실현하는 것은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책임진 우리 당 앞에 나선 가장 중대하고 절박한 과업"이라고 적극적인 평화공세를 폈다.
 

지난 6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개막한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에서 당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이번 당 대회는 36년만에 개최됐다. [사진= 연합뉴스]
 

즉 김 제1위원장의 대남 메시지는 북한이 당대회에서 밝혀왔던 통일 노선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통상적인 메시지로 봐야 한다는 관측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현재의 남북 간 강대강(强對强) 대결 구도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포한 의미 있는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며 "북한이 앞선 당대회에서 남북관계나 통일 문제를 언급해왔던 만큼, 사업총화의 한 부분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결관념', '화해와 단합에 저축되는 법률·제도적 장치'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남측의 변화를 요구한 점에 비춰볼 때 유화적인 제스쳐라기 보다는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더 강하게 내비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제6차 당대회 때는 북과 남에 있는 사상과 제도를 그대로 두고 연방국가를 형성하자고 제안했으나, 김 제1위원장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화해와 단합에 저촉되는 법률·제도적 장치들을 없애라"고 요구했다. 이는 국가보안법, 5·24조치, 대북 제재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이러한 요구는 제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270호, 우리 정부의 독자적 대북제재 등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어느 정도 반영됐다는 관측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과거 북한이 갖고 있던 북한식의 통일 방식을 고수한 것을 넘어 더 보수적으로 간 것"이라며 "모든 분야에서 대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점으로, 자신들은 바뀌지 않을 테니 통일을 하고 싶으면 남측이 따라오라는 목소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남 평화공세를 펴면서도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다시 꺼내 든 것도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미국을 향해 핵동결과 평화협정 체결의 맞교환을 주장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김정일 시대' 때도 거의 요구하지 않았던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꺼낸 것이다.

김 제1위원장은 나아가 "우리 민족을 분렬(분열)시킨 장본인이며 통일의 기본방해자인 미국은 반공화국제재압살책동을 중지하고 남조선당국을 동족대결에로 부추기지 말아야 하며 조선반도 문제에서 손을 떼야 한다"며 미국을 배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기 위한 군사회담의 개최도 제안했다.

통일방안에 대해서는 1980년 제6차 노동당 대회 때 김일성 당시 주석이 제시한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을 재차 제시했다.

김 제1위원장은 "북과 남은 상대방에 존재하는 서로의 사상과 제도를 인정하고 용납하는 기초 우(위)에서 온 민족의 지향과 요구에 맞게 련방국가를 창립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며 "남조선당국은 '제도통일'의 허황한 꿈을 버리고 내외에 천명한 대로 련방제방식의 통일실현에로 방향전환을 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제1위원장이 최대 정치행사이자 최고 결정기구인 당 대회에서 대남 평화공세를 펴면서 주한미군 철수 등 미국을 배제하는 듯한 발언을 하자, 북한이 '통남봉미'(通南封美)'라는 전략을 구사하며 한미 동맹의 균열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김 제1위원장의 '비핵화 실현을 위한 노력' 발언에 대해 8일 "기존 입장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발언"이라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정부 관계자는 "김 제1위원장의 발언은 자신들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는 기존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 제1위원장이 '핵전파방지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핵을 포기하겠다는 뜻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전파하지 않겠다는 건 이미 자신들은 핵무력을 가지고 있고 이를 국제사회가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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