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기반을 다졌던 산업계가 단두대 위에 오른 만큼 정부는 물론 각 채권단, 노조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 재원으로 국민 혈세 투입이 불가피한 만큼 이를 취재하는 기자들도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게 움직인다.
기업 구조조정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올해 초 성공적인 금융개혁을 위해 꼽은 주요 과제 중 하나다. 때문에 기자들은 임 위원장의 발언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업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해운사들의 생명이 왔다갔다하는 긴박한 순간이라, 금융당국 수장의 발언은 구조조정에 있어서 큰 파급력을 주기 때문이다.
임 위원장이 일부 언론사 데스크들과 자리를 가졌다는 이야기가 밖으로 흘러나오자, 금융위 대변인실과 간사단은 뒤늦게 출입기자들에게 사과의 메시지를 보냈다. 급하게 마련된 일정인 만큼 모든 언론사들에 공식적으로 알리지 못했다는 해명이다.
임 위원장의 개인적인 식사 일정까지 모든 기자들이 알아야 할 권리는 없다. 하지만 기업 구조조정이라는 주요 현안이 있는 상황에서, 임 위원장이 직접 팔을 걷어 부치고 언론사들에 협조를 부탁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정부의 한 기관이 비밀리에 일부 언론사만을 '옥석 가리기'해 정보를 나눴다는 점은, 맨 땅에서 취재를 하고 있는 수많은 기자들의 의욕을 떨어뜨린다.
기자들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정부는 곧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정부를 의미한다. 정부가 일부 언론사만을 골라 소통하는 미심쩍은 자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기업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