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이 끝나고, 총선 결과가 대한민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를 점검하기 위한 [20대 국회...한국호 어디로] 기획이 모두 9회에 걸쳐 지면에 나갔다. 정치 분야를 시작으로 경제와 금융, 사회, 문화 등 각 분야별로 각 당의 총선 공약을 살펴보고, 여소야대로 끝난 선거 결과가 향후 한국호의 진로에 미칠 파장을 탐색해보는 의미 있는 기획이었다.
결론적으로 한국호는 이제 3당 체제가 본격화되면서 새로운 정치 실험이 시작됐다. 양당 체제가 국민에게 가져다 준 실망감에 따라 20대 국회는 3당 체제로 바뀐 것이다. 권력구조 개편이라는 거대 담론이긴 했지만, 여야의 정치 지형이 가져올 한국 정치의 변화는 작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총선기간 동안 정치적인 쟁점에 가려졌던 각종 공약들을 다시 톺아보니, 공약이 지켜진다면 한국호는 선진국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힘이 실릴 것 같다. 물론 재원마련이 없는 헛공약들도 수두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를 살리기 위한 각 당의 공약은 20대 국회에서 꼭 지켜져야 할 것이다.
여야 3당이 국민의 뜻에 따라 19대 국회 마지막까지 경제살리기 법안들을 처리하겠다고 분주함을 떤 것이 잠시 주목을 받았다. 결국 각론에서의 미세조정 실패로 인해 19대 국회에서 처리가 불발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은 20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통과시켜야 할 법안 중의 하나다. 여당이 내세운 ‘한국판 양적완화’는 동력을 잃었지만,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대된다면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한 재계의 시름과 우려가 깊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이 내건 경제민주화 정책과 국민의당이 약속한 공정성장이 가져올지도 모를 재계에 대한 압박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런 우려는 기우(杞憂)가 되어야 한다. 재계가 활발한 기업 활동을 통해 경제살리기의 첨병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치권의 몫이라는 기본 상식이 통해야 한다. 야당에서 먼저 기업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런 차원에서 볼 때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할 것이다.
총선 이후 한국호가 맞닥뜨린 현안은 구조조정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박병원 경영자총협회장은 “언젠가는 할 수 밖에 없는데, 매를 맞고 하느냐 아니면 자발적으로 하느냐”라고 구조조정의 당위성을 지적했다. 옳은 지적이다. 구조조정의 화두를 정부와 채권단, 기업들이 어떻게 슬기롭게 풀어갈 것인지에 한국호의 미래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기획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대화를 통한 해법을 제시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와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의 지적은 날카롭고 적확했다. 복지공약에 대한 기획에서는 정영준 한양대 교수와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팀장이 지적한 총선 공약의 현실과의 괴리는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었다.
이번 기획에서도 지적됐듯이 총선 기간 중에 나온 공약 중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현대중공업에 대한 쉬운 해고 방지 발언과 서청원 최고위원의 대구지역에 대한 10대 대기업 유치, 그리고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광주지역에 대한 삼성그룹의 투자 약속 등은 앞으로 되풀이되지 않아야 하는 나쁜 선례에 속한다. 기업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고 표심만을 겨냥한 정치권의 일방적인 약속은 더 이상 곤란하다는 점을 정치권은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도 정치권의 약속은 신중해야 한다. 특히 기업의 투자와 관련된 사항은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치권의 이른바 ‘갑질’이 더 이상 경제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이번 기획을 마치면서, 최근의 가파른 구조조정 움직임을 새삼스럽게 주목한다. 만일 지금의 여소야대가 아닌,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총선이 끝났다면 과연 구조조정이 제대로 됐을까 하는 의구심이 바로 그것이다. 집권 여당의 오만함이 가져온 총선 패배가 오히려 현재의 구조조정 국면을 가속화시켰다는 역설이다. 국민의 ‘선택’은 이번에도 현명했다.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