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 관계자들은 4.13 총선 결과에 이렇게 푸념했다. 예상치 못한 총선 결과에 따른 재계의 긴장감을 여실히 보여주는 말이다.
여당, 야당을 막론하고 ‘기업 잡기’가 본격화될 분위기다. 재계는 총선 후폭풍이 어디까지 미칠지 촌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4.13 총선은 내년에 있을 대통령 선거를 전망하는 바로미터의 성격이 컸다. 여야 모두 차기 대권을 잡기 위해 ‘경제 활성화’를 실현하겠다고 하는데 그 타겟은 기업이다”면서 “다만 방법론에 있어 여야간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더민주당의 ‘더불어성장론’ 공약의 핵심은 대기업 법인세의 증세 과세표준을 500억 원으로 하고 세율을 기존의 22%에서 25%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법인세율을 인하해주는 것과 정반대다.
더민주당은 또한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적합업종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일정규모 이상 대기업에 매년 청년고용을 의무화하는 고용할당제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의당은 ‘공정성장’을 위해 승자독식의 지배구조를 바꾸겠다고 역설했다. 이미 대기업이 목표이익을 달성할 경우 초과이익을 협력사에 배분하는 이익공유제를 실시하고, 비정규직의 사회보험료를 기업이 전액 부담토록 하는 내용의 공약을 내걸었다.
기업활동에 힘을 실어주겠다던 새누리당도 총선 패배로 이를 제대로 이뤄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경제민주화 지지자인 이혜훈(서울 서초갑) 당선자가 4년 만에 국회로 복귀함으로써 새누리당내에서 경제민주화 이슈가 다시 불거질 조짐이 크다. 과거 기업을 타깃으로 한 강경발언을 많이 쏟아낸 바 있는 그는 당 원내대표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어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9대국회 때 발의됐던 대기업 규제 법안들도 대표발의 의원 이름만 바뀐 채 다시 발의될 가능성이 높다. 독점규제를 강화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나 기업지배구조 개선 내용이 담긴 상법 개정안, 재벌과 대기업으로부터 입은 피해를 구제하는 소비자 다중대표소송제,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금융소비자 보호법 등이 대표적인 예다.
4대 그룹 관계자는 “각 정당들의 대기업 관련 경제민주화 공약들은 대부분 정책 추진의 모든 부담을 대기업이 떠안도록 하고 있다"이라며 "지금같이 어려운 시기에 이를 받아들인다면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대기업들의 경제적 기여는 무시하고 모든 부(富)를 독식한다는 편향된 시각으로만 보기 때문에 나오는 공약"이라며 "특히 여야를 막론하고 기업을 잡겠다며 더 강력한 법안들이 쏟아지지나 않을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