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실패하라. 어처구니없게도, 이 말을 사훈으로 삼고 있는 회사가 있다. 구글이다. 구글의 8가지 혁신원칙 중 하나가 바로 ‘실패 장려하기’다. 자주 실패하고, 빨리 실패하고, 진취적으로 실패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새로운 버전의 제품과 서비스를 신속히 출시하고, 고객의 의견을 얻어서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로 개선해 가라는 얘기다. 이 얘기는 실패를 자산으로 인식하고 실패를 해도 전혀 부끄럽지 않은 회사에서나 가능하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애플의 아이폰이 나오고,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이 나온다.
반드시 성공하라. 이것은 우리나라의 얘기다. 우리는 한번 어긋나면 ‘실패자’, ‘무능한 사람’으로 낙인을 찍어버린다. 금융기관은 이런 낙인이 찍힌 사람에게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 그런 분위기에서 우수한 사람들은 창업이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지 않게 된다. 9급 공무원 시험의 경쟁률이 40대 1에 달하고, 우수한 고등학생들은 대부분 1순위로 의대를 지망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누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창업에 도전을 하려고 할 것인가?
해법은 무엇인가? 알파고를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로 혁신적인 경제로 탈바꿈해야 한다. 구글이나 페이스북같은 세계 최첨단 ICT기업이 한국에서 나올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우리 금융의 경쟁력을 80위라고 평가해서 81위의 우간다와 비슷하다는 조롱을 받은 적이 있다. 물론 기업인들의 주관적인 평가결과가 많이 반영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금융기관의 고객들이 그렇게 평가한 것을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과학기술 투자는 양적으로 앞서가지만 질적으로는 만족스럽지 않다. 투입하는 예산에 비해 산출되는 기술이나 특허 등이 미흡하여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외국인 연구자와의 공동 연구개발, 국제협력을 통한 특허출원 등 연구개발의 개방성과 관련된 지표들도 미흡한 수준이다. 월300만원의 근로자가 실업 2개월째에 받는 실업급여가 덴마크는 276만원, OECD 회원국 평균은 204만원인데 비해, 한국은 129만원에 불과하다. 이처럼 사회안전망이 부실한데 누가 도전하겠는가? 빈부격차가 벌어지는 등 사회통합의 수준도 떨어진다. 게다가,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해줄 유효수요가 존재해야 하는데, 가계부채는 늘어나고 집값은 올라감에 따라 집집마다 여윳돈이 부족한 것이 우리의 실상이다.
아직도 부동산으로 쉽게 돈 벌수 있고, 독과점으로 담합해서 높은 초과이득을 얻을 수 있는 ‘지대추구형 경제’의 그림자가 남아 있다면 어느 누가 ‘혁신추구형 경제’로 나아가려고 할 것인가? 혁신적인 기업가가 존경받고 보상받는 사회, 실패가 장려되고 자산으로 인정받는 사회, 실패해도 최소한의 생활에는 지장이 없는 사회가 되어야 우리나라에서도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나올 것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최첨단 ICT 회사가 우리나라에서 창업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어야 수많은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창조경제를 강조하고 있는 현 정부에서 가장 효과적인 창조경제 정책은 바로 ‘실패를 장려하는 것’이다. ‘나 실패했어.’, ‘잘 했네. 이제 성공할 확률이 높아졌네. 축하해.’ 이런 대화가 카페에서 그리고 길거리에서 자연스럽게 들려오길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