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성모·김봉철 기자 = 국내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후판 가격 협상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철강업체들은 최근 철강석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후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반면, 사상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는 조선업체들은 동결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중국 항구를 통해 수입되는 철광석 가격은 이달 15일 기준 t당 58.8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연초 40달러 선 대비 20달러 가까이 상승한 수준이다.
이처럼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포스코 등 철강업계들은 그간의 수익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후판 가격을 인상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올들어 비조선용 후판에 대해 적게는 t당 2만원에서 많게는 5만원 이상의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비조선용 후판재 유통가격은 주간 기준 54만원선을 형성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으나 인상을 검토 중이다.
철강업체들은 비조선용 후판재 가격 인상과 함께 조선용 후판재 가격 인상도 함께 추진중이다. 조선용 후판은 국내 후판 수요의 약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간 업황 부진과 원자재 가격 하락을 이유로 후판가격을 낮춰오면서 팔아도 남지 않는 장사를 계속 해왔다는 주장이다. 그간 조선업계와 철강업계가 계약한 후판가격은 t당 40만원선으로 추정된다. 이는 중국산 후판 유통가격인 45만~46만원을 밑도는 수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조선용 후판가격은 5~6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라며 "포스코가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경우 다른 업체들도 이를 기준으로 삼아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고 짚었다.
반면 조선업계는 지난해 천문학적 적자를 기록한데다 업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가격동결을 요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후판 계약가격이 1% 상승할 경우 조선업체의 영업이익은 1%에서 많게는 3.3%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된다. 조선업계는 그간의 적자에서 벗어나 회사 정상화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당분간 가격 동결 기조가 이어져야 한다는 논리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 철강사들은 1분기 가격을 동결하고 2분기 이후 재논의 하자는 쪽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면서 “반면 한국 철강사들은 서둘러 가격인상에 나서고 있어 실망감이 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선주측은 중국산 후판 사용을 꺼리고 일본산 후판은 가격이 맞지 않아 쓰지 않는다”면서 “포스코 등의 국내산 후판을 써야만 하는 국내 조선사 입장에서 난감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