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대한항공, 합의의 기술이 필요할 때

2016-04-18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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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이소현 기자]


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대한항공이 이번엔 노사문제로 발목을 잡혔다. 지난 2014년 12월 오너의 ‘땅콩회항’ 사건 이후 안팎이 시끌벅적 하더니 올해는 임금협상이 부활의 날개짓을 가로막을 태세다. 

우호적인 유가 기조와 항공여행객 증가 등 모처럼 찾아온 긍정적 대외여건이 자칫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항공 노사는 여섯 차례 협상테이블에 앉았다. 하지만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며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임금인상 폭 보다는 노사 간 신뢰 부족이 큰 탓이다. 무엇보다 최근 조양호 회장이 올린 SNS 댓글이 노사 간 갈등의 골을 더 깊게 만들었다.

“조종사 일이 뭐가 힘드냐”는 푸념 섞인 댓글은 조종사 업무 비하로 비춰졌다. 일부 정제되지 못한 발언들은 1등 항공사 최고경영자(CEO)의 자질 문제까지로 번졌다. 노사간 소통 강화와 갈등을 해결해야 할 조 회장 본인이 자극적인 표현으로 노사갈등을 되레 부추긴 셈이다.

조 회장의 댓글 논란이 발생하기 전만해도 임금협상의 키는 사측이 쥐고 있었다. 대한항공 조종사는 평균연봉 1억5000만원을 받는다. 그동안 조종사 노조는 ‘억대연봉’을 받으면서 과도한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배부른 소리를 한다는 삐딱한 시선이 컸다.

노사간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대한항공의 브랜드 신뢰도는 추락하고 노조의 준법투쟁은 항공기 출발지연으로 이어져 애꿎은 승객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 작은 갈등이 들불처럼 번져 언젠가 화마(火魔)로 닥쳐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대한항공은 ‘땅콩회항’ 사건의 문제점을 ‘소통’에서 찾았다. 이후 회사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 소통광장을 만들었고, 조 회장은 새해 시무식에서도 “자연스럽게 신뢰를 쌓아가자”며 소통을 화두로 꺼내들었다.

갈등 관리는 회사의 성패를 좌우한다. 갈등이 커지면 좌초할 것이고, 갈등을 제대로 관리하면 재도약을 모색할 수 있다. 대한항공 노사는 더이상 허울뿐인 구호가 아닌,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소통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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