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총선 참패의 근본 원인으로 꼽히는 뿌리 깊은 계파 갈등 문제가 조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다시 불거지면서 당권과 대권을 향한 권력 투쟁이 조기에 불붙은 모습이다. 17일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를 중심으로 친박이 총선 국면에서의 '막장 공천' 책임을 지고 당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 비대위 둘러싸고 계파 갈등 고조
새누리당은 총선 참패로 뒤숭숭해진 당 분위기를 수습하고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과 조기 전당대회 카드를 꺼내 들었다. 비상대책위원장으로는 원유철 원내대표가 이미 추대됐고, 다음 주 초 외부 인사를 포함한 비상대책위원회 인선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문제는 비대위 구성과 복당 문제 등을 놓고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계가 사사건건 부딪치고 있다는 점이다.
친박계는 새로 구성되는 비대위에서 총선 참패의 원인으로 꼽힌 계파 갈등을 수습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비박계 일각에선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된 원유철 원내대표를 향해 노골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선거 패배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원 원내대표가 당을 수습하는 선봉에 나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비판이다. 비박계는 원 원내대표가 전면에 나서는 것이 향후 원내대표 경선이나 당권 경쟁에서 친박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움직임 아니냐며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김세연·이학재·황영철·오신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 패배를 책임지고 물러난 지도부는 비대위원장을 추천할 명분도, 권한도 없다"며 원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합의 추대한 데 대해 정면 반발했다. 이들은 또 "무소속 의원을 서둘러 복당시킨다고 여소야대를 극복할 수는 없다"면서 "제1당을 만들어도 여소야대는 여소야대인 만큼 이러한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새로운 국회운영 방안을 찾는 일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 무소속 복당으로 원내 1당 등극?…친박 윤상현은 되고 유승민은 '글쎄'
이런 가운데 탈당자 7명의 복당은 속도를 낼 전망이다. 윤상현 의원과 안상수 전 의원이 이미 복당을 신청했고, 유승민 의원은 당원들의 복당 신청서를 모으는 중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 의원의 복당은 친박 내부에서 껄끄러워하고 있어 갈등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비박계 대표주자인 유 의원이 당권 도전에 나설 수 있어 친박계로선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친박계가 유 의원의 복당 시기를 최대한 늦추려 할 경우 친박과 비박 간 신경전이 가열될 수 있다.
비박계 김재경 의원은 이날 "피해자는 당연히 복권돼야 하지만, 책임 있는 윤상현 의원 등은 기다리며 국민께서 미움을 거둘 때까지 자숙해야 한다"면서 선별적 복당을 요구하고 나섰다.
◆ 전대 앞두고 조기에 불붙은 당권 경쟁?
비대위와 복당 문제를 둘러싼 친박·비박 갈등은 6월 초로 예정된 새누리당 전당대회의 전초전 양상이 짙다. 전대에서 구성된 지도부가 대선 후보 경선 등을 관리하기 때문에 계파 간 당권 잡기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전대 후보군으론 친박계에선 최경환·이정현·이주영 의원, 원유철 비대위원장이 거론된다. 비박계에선 뚜렷하게 거론되는 인물군이 없지만, 유 의원이 복당하면 세대교체 바람이 불어닥칠 가능성도 있다.
이에 앞서 5월 초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친박과 비박간의 계파 경쟁이 불가피하다. 친박계에서는 4선의 유기준 의원과 홍문종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비박계에서는 나경원 의원이 출마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