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20대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하면서 정부·여당이 추진하던 주요 경제 정책에 급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여소야대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새누리당이 야당의 동의가 없으면 어떤 입법도 추진하기 어려운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이 이른바 '경제활성화법'이라고 불러온 관련 법안보다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총선 공약에 상당한 힘이 실리게 된 셈이다.
대표적인 게 정부가 4대 구조개혁(노동·교육·공공·금융)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던 노동개혁이다. 여당은 이번 총선에서 과반 이상을 얻어 4월 임시국회에서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한 뒤 직권상정으로 노동 4법(파견법·근로기준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고용보험법)을 일괄 처리한다는 구상이었으나 사실상 물 건너 갔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국회 통과가 어려울 전망이다. 여당은 의료서비스 규제를 풀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법안 통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 야당은 의료민영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새누리당은 20대 국회에서 180석 이상을 얻어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강행 처리한다는 구상이었으나 총선 패배로 물거품이 됐다.
새누리당이 총선 공약으로 제시했던 '한국판 양적완화'도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 한국은행이 산업은행 채권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증권(MBS)을 사들이기 위해선 한은법을 개정해야 하는 데 필요한 의석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더민주가 공약으로 내건 경제민주화 정책과 국민의당이 내건 '공정 성장' 관련 입법은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각론에선 협의가 필요하지만 두 당이 큰 틀에서 공감하고 있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나 대·중소기업 상생 문제가 20대 국회의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주창해온 '공정성장론'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성장·분배 기반을 구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경제민주화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두 당이 공조해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을 추진할 여지가 크다는 얘기다.
특히 국민의당의 20대 총선 공약을 보면 △대기업 초과이익 공유제 도입 △납품단가 연동제 △다중대표소송제 △일감 몰아주기 금지 등인데, 이는 기본적으로 야당 경제 정책 골간인 경제민주화에 속하는 정책이다.
더민주와 정의당이 내놓은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 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상한제 등 경제민주화 입법도 국민의당과의 입법 공조가 이뤄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