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봉현 기자 = "이번에는 열심히 일하는 이정현한테 한 번 더 기회를 줘야해. 그런데 노관규도 야물단 말이시…"
4·13총선 전남 순천은 새누리당 최초로 호남 지역구 재선을 노리는 이정현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노관규 후보 간 혈투를 벌이고 있어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문화일보와 포커스컴퍼니가 지난 3일과 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후보와 노 후보는 각각 33.4%, 35.7%의 지지를 얻어 오차 범위인 2.3% 포인트 차이의 초박빙 승부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전 초반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노관규 후보가 크게 앞섰지만 최근에는 오차범위 내 박빙의 접전이 펼쳐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박빙 승부를 예상하는 후보들은 그야말로 막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9일 오후 3시 순천 조례호수공원. 이정현 후보의 유세차가 등장하자 모여 있던 지지자들이 '이정현, 이정현, 한 번 더!'를 외치며 환호한다.
연단에 오른 이 후보는 "순천시민 여러분들께서는 저 이정현에게 정치 생명을 주신 은인이다. 저는 지난 보궐선거 이후 매일 아침 제게 표를 주신 6만815명 되새긴다"며 "보궐 당선 이후 1년8개월 동안 여수와 서울을 오가는 비행기에 241번 몸을 실을 정도로 지역을 찾아서 순천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일부 후보들이 제기하는 '순천대 의대 유치 공수표', '예산 불발탄' 비판을 의식한 듯 "저는 1년 8개월 만에 공공보건의료 전문 인력양성 등의 내용을 담은 의대설립 대안 마련은 물론, 인근지역 국회의원들을 합친 규모의 예산을 따냈다"며 "그렇다면 지난 30년 동안 호남의 맹주였던 그들은 뭐했는지 되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또한 당선될 경우 "집권여당의 호남 출신의원으로서 호남예산,호남인재, 호남기업을 지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유세 내내 지지자들은 '이정현, 이정현'을 연호하는 등 환호성이 이어졌다.
1시간 후 직접 유세차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순천 골목골목을 누비며 선거전을 벌이던 노관규 후보는 조례호수공원을 찾아 새누리당에 빼앗긴 순천의 자존심을 되찾아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저는 순천시장 역임 당시 순천 경제의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순천만정원을 기획했다"며 "순천만과 순천만정원 사이의 습지를 복원해 세계자연문화 속 순천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노 후보는 "저는 순천시장을 2번 하면서 지역의 사정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순천의 잠재력과 도시발전을 위한 비전을 정확하고 세밀하게 만들어 갈 수 있는 적임자로 힘을 실어 달라"고 표를 호소했다.
노 후보의 등장에 일부 시민들은 '옳소'를 외치며 환호하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노관규를 연호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취재진이 조례호수공원과 연향동 인근, 순천 웃장 등에서 만난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보궐로 당선된 이정현에게 기회를 더줘야한다'는 의견과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노관규'라는 상반된 시각이 분명했다.
조례동에 사는 이모(41·여)씨는 "이정현을 지지한다"며 "여야를 떠나 누가 지역을 위해 일을 잘할 것인지 판단해야한다. 이정현에게 꼭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연향동 동부상설시장에서 만난 김모(65)씨는 "당은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지만, 후보는 이정현을 지지한다"며 "노관규도 야물고 똑똑하지만 이번에는 이정현에게 기회를 줘서 1년8개월짜리 국회의원이 아닌 4년간 열심히 지역을 위해 일하게 해야 한다"고 표심을 내보였다.
순천 웃장에서 만난 박모(48)씨는 "순천은 민노당, 새누리당 후보를 국회의원 시켜준 동네"라며 "이는 당이 아닌 일하는 사람을 보고 뽑는 것으로, 노관규도 아깝지만 이정현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고 싶다"고 했다.
시민들의 이 같은 반응은 당색보다는 무엇보다 인물론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 시장은 무소속, 국회의원은 새누리, 전 국회의원은 통합진보당 소속으로 그간 호남 정치지형과는 다른 상황이 반영된 셈이다.
반면 20~30대 젊은 층과 여성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집권 여당'에 대한 반발감에 이 후보가 아닌 야당 후보를 지지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조례동에서 만난 김모(43·여)씨는 "솔직히 독선적인 이미지 때문에 노관규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더불어민주당에 힘을 실어야 한다"며 노 후보 지지의사를 밝혔다.
순천대에 재학 중인 정모(24)씨는 "부모님과 주변에서는 이정현을 지지하는 분위기지만 친구들 사이에서는 노관규에 대한 호감이 상당하다"며 "그래야 대통령을 비롯한 새누리당을 심판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시민은 "노관규를 국회로 보내면 정말 야성이 있는 의원, 지역을 드높일 수 있는 의원이 될 것"이라며 노 후보를 추켜세웠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당 구희승, 민주당 최용준, 민중연합당 정오균, 무소속 박상욱 후보 등도 지지세를 다지고 있다.
인물이냐, 정통야당이냐, 순천의 민심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 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