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부모는 아이 성장 잠재력 꺾지 말아야…올해 중국 인터넷 금융시장 성장 '원년'

2016-04-07 10:02
  • 글자크기 설정

최근 아주경제가 주최한 ‘2016 아·태 금융포럼’ 참석차 방한한 쉐젠궈(徐建国) 중국 베이징대학교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중국 인터넷 금융 시장 상황 진단 한국 상황에 대해 조언했다.[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후진국으로 분류되던 중국 금융시장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알리페이, 위어바오 등 인터넷 금융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금융 시스템이 통째로 바뀌고 있다.

인터넷 금융이란 P2P 소액대출, 크라우드 펀딩 융자, 제3자 지불, 신형 전자화폐 및 기타 온라인 금융 서비스 플랫폼 모두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중국 인터넷정보센터(CNNIC)에 따르면 중국 인터넷 사용자는 2014년 기준 6억4900만명이다. 젊은층의 모바일 인터넷 보급률도 85.8%에 달한다. 중국 온라인 금융상품에 모인 자금만 약 46조위안(8200조원) 규모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유럽도 수십년이 걸린 온라인 금융 플랫폼 활성화를 중국이 불과 4~5년 사이에 성공시키면서 차기 인터넷 금융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아주경제가 주최한 '2016 아·태 금융포럼' 참석차 방한한 쉐젠궈(徐建国) 중국 베이징대학교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인터넷 금융 현 상황에 대해 '시대가 영웅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금융서비스가 대기업에만 치중돼 젊은이들의 창업 의지와 일반 가계의 재테크 수요를 포작하지 못했다"며 "중국 경제발전으로 인한 저축률 상승, 교육확대로 인한 서민들의 왕성한 투자의욕 등이 인터넷 금융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등장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기존 금융 서비스의 공급 부족으로 인터넷 금융시장이 창출됐고, 앞으로 이 새로운 금융 플랫폼이 중국 경제를 이끌어 갈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쉬젠궈 교수는 "지난 2012~2014년까지 중국은 인터넷 금융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매년 두 배씩 폭풍 성장하는 중국 인터넷 금융 시장의 잠재력은 가히 경이로운 수준이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는 알리바바, 텐센트 등 IT기업들이 자체 플랫폼을 통해 금융기관 역할을 하거나, 기존 금융기관이 IT기술을 활용해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는 등 금융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중국에서 인터넷 금융 발전 속도가 빨랐던 배경에 대해 '기존 금융 서비스 공급 부족'으로 꼽았다. 대기업 중심으로 설계된 기존 금융시스템이 가계 투자수요와 창업자금 등 변화된 환경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쉬젠궈 교수는 "전통적인 금융기관은 안정적인 투자처를 선호하기 때문에 국영기업(SOEs) 및 대기업은 충분한 외부 자금을 얻을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합리적인 금액으로 외부 자금을 얻기 힘들다"며 "정부 정책(창조혁신, 만민의 창업(大衆創新, 萬衆創業))에 금융당국이 엇박자를 내니 P2P대출, 크라우딩펀딩, 이커머스서플라이페인파이낸스 등 온라인 플랫폼의 새로운 금용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금융 시대에서는 금융 서비스 가격을 낮춰 일반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모바일 투자, 소액결제 플랫폼, 계좌이체 등은 IT기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사업 모델이다"며 "홍채, 지문 등 생체인식시스템 등이 은행 창구에서 직접 줄을 서는 수고를 덜어주는 것처럼 인터넷 금융산업이 발달할수록 정보거래 비용을 비롯한 인적, 물적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어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비금융사의 새로운 금융상품 개발이나 기존 금융사가 IT플랫폼을 결합해 내놓은 계좌 연동 서비스 등 새로운 서비스가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어 틈새 비지니스 시장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에 따른 그림자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중국은 최근 2년사이 인터넷 금융이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P2P대출 금액이 12조원에 육박하고, 관련기업 숫자도 2년만에 200개에서 3800개로 늘어났다. 그런데 관련 규제가 없어 검증 안된 대출업체가 투자자로부터 돈을 가로채는 등 부작용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에 중국 정부는 올해를 '인터넷 금융 감독의 원년'으로 삼고 관련 규제강화에 나섰다.

그는 최근 인민은행이 발표한 '비은행지불기구 인터넷지불업무 관리방법'을 예로 들며 "이러한 규제들은 단기적으로는 중국 정부가 인터넷금융 발전에 제동을 거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업계가 발전적 궤도에 안착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의 과제는 '남은 것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인데 인수합병(M&A) 등이 활발해진다면 중국 금융 시장에 관심이 있는 한국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인터넷 금융 발전을 위해선 빅데이터 활성화와 개인정보보호 사이에 균형점을 찾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가령 인터넷 상에서 축적한 막대한 양의 빅데이터는 대출적격자 심사와 평가, 상환가능성 등을 예측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이를 어떻게, 얼마만큼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쉬젠궈 교수는 "IT기업의 경우 막대한 양의 전자상거래 데이터가 있고, 전통 금융기관은 기존 고객 금융거래에 대한 데이터가 많이 축적되어 있는데 이 정보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규정은 없는 상황이다"며 "현재 중국 정부도 한국, 일본, 대만 등의 금융정책을 참고해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인터넷 금융 시장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아이(신시장)를 키울때 양육방식은 부모(정부)마다 다르지만 중요한 건 아이가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성장 잠재력을 꺾지 않는 것"이라며 "중국은 (인터넷 금융에 대한)자유방임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파악을 끝냈고, 이제 훈육에 들어갈 때라고 생각해 규제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기업인 쇼핑몰과 연계해 성공한 일본의 라쿠텐뱅크나 GM과 연계한 미국의 앨리뱅크, 알리바바와 연계한 알리페이처험 인터넷 금융은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고 성장 잠재력도 무한하다"며 "한국 역시 인터넷 금융을 육성하기 위해 앞으로 '금산분리' 완화 등 금융 규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단계에 왔다"고 지적했다.

◆쉬젠궈 교수는 

쉬젠궈 교수는 홍콩대학교 경제학과, 맥길 대학교 경제학과를 거쳐 지난 2009년부터 현재까지 베이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있는 중국의 대표적인 경제정책 관련 전문가다.

1997년 중국 베이징대학교 확률통계학과를 졸업했고, 2000년에 동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5년에는 미국 듀크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