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에서 흔한 모습이다. 기자가 처음 주총을 참관했을 때는 의장의 심의 안건 상정 직후, 한 주주가 목소리 높여 의장을 외치기에 반대하려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안건에 찬성하니 다른 주주들도 박수로 동의를 표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면 어김없이 박수가 나오고, 반대하는 사람 한명 없이 안건은 통과됐다. 짜여진 듯한 연출이었다.
올해도 주총 시즌 막바지를 향해 가는 가운데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독 삼성전자만 달랐다. 주주들이 자유롭게 발언권을 얻어 비판하고 설교도 하며 주총 시간이 3시간을 훌쩍 넘겼다.
안건에 대한 반대 의견도 나와 표결도 여러번 진행됐다. 안건에 찬성하는 다수 주주들은 ‘시간을 뺏긴다’고 불평도 했지만, 의장인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끝까지 절차를 지켰다.
막판에 한 어르신은 ‘왜 일괄상정을 안하냐’며 회의가 길어진다고 항의도 했지만, 권 부회장은 ‘얼마 안 남았으니 참아달라’며 끝까지 개별상정을 했다. 그래서 표결도 마지막까지 이뤄졌다.
일괄상정은 주총에서 흔한 모습이지만, 소액주주 의견을 배제하는 등 진행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수렴한 듯 보였다.
한 주주는 “오늘 삼성전자 주총 모습을 보고, 대한민국이 이렇게 발전했구나 생각했다”며 “과거엔 10분만에 끝나는 데가 대다수였다. 발언권도 안줬다. 자연스럽게 주주 발언권도 주고 조목조목 진행하는 것에 감탄했다”고 칭찬했다.
주총 안건은 제쳐두고 진행방식만 보면, 삼성전자의 올해 주총은 상당히 선진화됐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앞으로는 모든 주총장에서 이같은 모습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인식되는 시기가 오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