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바둑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이 인간의 뇌를 초월하는 '싱귤래리티(Singularity)'가 일어날 수 있을까?
그 대답은 오는 9일부터 개최되는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의 바둑대결 후에 나올 전망이다. 서울에서 개최될 세기의 바둑대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를 앞두고 인공지능(AI)의 능력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이유다.
◆ '싱귤래리티' 체스에서 바둑으로?
구글의 ‘알파고’는 지난해 프로 바둑기사를 상대로 승리했지만, 세계 최강자가 아닌 프로 바둑기사를 상대로 승리한 것이여서 진정한 싱귤래리티가 일어났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 결과에 따라 바둑 분야에서도 싱귤래리티가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전문가들은 "바둑은 체스와 장기 등과 달리 국면의 수가 10의 360제곱에 달할 정도로 많아서 천문학적인 국면을 모두 계산해 예측하기가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져왔다"면서 "그래서 바둑을 능가할 컴퓨터가 빨라도 10년 뒤에야 나올 것으로 예측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인공지능의 발전 '딥러닝'이 실현
이 모든 예측은 '딥러닝'이라는 최첨단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무너졌다.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프로 바둑기사를 이긴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의 뇌와 신경회로를 그대로 재현한 '딥러닝' 덕분이다.
딥러닝은 인공지능의 최첨단 기술로 발전해 온 머신러닝(기계학습)의 새로운 수법이다. 이제까지는 인간이 데이터 분석 방법을 미리 입력해 가르치는 방식이었으나, 딥러닝은 컴퓨터 스스로가 데이터를 분석해 특징을 찾아 낸다.
'알파고'의 경우 딥러닝 기술 개발에 협력한 프로 바둑기사들의 3000만개의 수(手)를 학습시키면서 상대방의 움직임을 57%의 확률로 예측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 알파고는 수백만 번에 달하는 바둑 대결을 반복해 승리와 패배의 경험을 쌓아 가면서 이기는 방법을 배워나갔다.
이 딥러닝 기술이 발전을 거듭해 전문기술을 갖춘 인간의 능력과 직감까지 학습할 수 있게 되면 응용분야는 더욱 커진다. 의사 수준으로 암을 진단할 수 있게 되고,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는 자율주행차, 침입자를 막는 감시 카메라,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내는 휴머노이드 로봇 등 영화에서나 가능했던 일들을 실현시킬 수 있게 된다.
래리 페이지 알파벳(구글의 지주회사) 최고경영자(CEO)는 "알파고는 게임에 따라 소프트웨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게임에 응용해서 쓸 수 있어 범용성이 뛰어나다는게 최대 특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