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시18분의 신기록으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스타로 등극했다. 헌정사상 국회 연설 최장기록을 세운 것이다.
은 의원은 24일 오전 2시30분 테러방지법 반대를 위한 무제한 토론 세 번째 발언자로 본회의 연단에 오른 뒤 총 10시간18분의 필리버스터 기록을 세워, 국내 최장시간 국회 발언기록(1969년 신민당 박한상 의원 10시간15분)을 갈아치웠다.
은 의원은 발언을 마친후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힘들었다.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온 몸이 아팠다”면서 “(제가) 그렇게 건강한 사람이 아니라 버틸 수 있을까 고민도 있었는데 버티게 되더라 다행히…”라고 말했다.
특히 은 의원은 이날 연설 도중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과 설전을 벌이며 한때 본회의장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도 했다. 의석에서 연설을 듣고 있던 김 의원이 은 의원을 향해 "쓸 데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잖아!", "그런다고 공천 못받아요!"라고 연설내용이 주제에서 벗어났다고 소리쳤다.
그러자 은 의원은 "동료 의원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반박하며 사과를 요구, 필리버스터 도중 한바탕 소란이 일기도 했다.
은 의원은 10시간18분의 필리버스터 연설 마무리를 15분 정도 남겨둔 대목에서는김대중(DJ)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은 의원은 "그 분이 정치를 하게 된 동력은 뭘까"라며 "두렵지 않기 때문에 나서는 것이 아니다. 두렵지만 나서야 하기 때문에 나서는 것이다"라는 DJ의 어록을 인용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저는 포기하지 못한다. 저의 주인인 국민이 살아야 하기 때문"이라며 "그분들은 포기할 수 없는 존재이다. 저는 돌아설 수 있는 자리가 있는 사람일지 모르지만 국민은 그런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은수미 의원은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 부연구위원 등을 지낸 노동 전문가로, 지난 2012년 19대 총선 때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전날 오후 7시 6분부터 진행된 무제한 토론에서는 더민주 김광진 의원이 첫 토론자로 나서 5시간33분간 연설해 과거 DJ의 연설 기록을 경신했고, 문병호 국민의당 의원이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서 1시간49분간 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