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단 하나의 역사'는 존재하지 않으며, 다만 미지와 미완의 '역사성', 지금 여기에서 신체를 진동시키는 역사의 감각에 대해 쓸 수 있을 뿐이다. 역사에 대한 정의 내리기는 언제나 저 미세한 시간, 저 무한의 시간 앞에서 패배한다. 문학사적 주체는 역사의 이념이 실패하고 중단되는 그 지점에서 다른 문학사를 통과할 수 있다."
문학평론가 이광호(53·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5년 동안 쓴 연구서 <시건의 문학사>를 최근 내놓았다. 그는 단 하나의 문학사가 단 하나의 근대성에 기여하는 폭력적인 방식을 표면적으로 거부한다. 완전한 문학사는 '한국 문학사'라는 역동적이고 잠재적인 공간에 가해지는 일종의 폭력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의 근대(현대) 문학은 민족과 국가라는 공동체에 대한 갈망에도 불구하고, 식민지 규율 권력 시스템 안에서 출발했다. 이는 식민지 내부의 모든 것을 가시적이고 가독적인 것으로 만든다는 측면에서 감시자의 시선을 갖는다. 한국 문학 주체들은 이 시선의 비대칭성 문제, 이데올로기로 인한 강박 등을 인식하지 못하고 내면화하기 바빴다.
저자는 "여행의 주체, 혹은 기행의 주체와 새로운 세계의 발견이라는 맥락에서 근대적인 주체 형성의 가능성을 암시한다"는 평과 함께 한국 근대 문학의 뿌리를 18세기 박지원의 '열하일기'에서 찾는다. 그는 또 "한국 문학사를 시선의 문제에서 맥락화한다면, '열하일기'에는 향후 200여 년 한국문학 시선의 모험이 거의 망라되어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