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특성 간과한 기존 한국 문학사, 근대성 탈피하라"

2016-02-2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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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는 문학사 비판으로서만 가능해"…평론가 이광호 <시선의 문학사> 발간

<시선의 문학사>를 내고 기존 한국 문학사의 '근대성'을 지적한 이광호 문학평론가(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사진=문학과지성사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단 하나의 역사'는 존재하지 않으며, 다만 미지와 미완의 '역사성', 지금 여기에서 신체를 진동시키는 역사의 감각에 대해 쓸 수 있을 뿐이다. 역사에 대한 정의 내리기는 언제나 저 미세한 시간, 저 무한의 시간 앞에서 패배한다. 문학사적 주체는 역사의 이념이 실패하고 중단되는 그 지점에서 다른 문학사를 통과할 수 있다." 

문학평론가 이광호(53·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5년 동안 쓴 연구서 <시건의 문학사>를 최근 내놓았다. 그는 단 하나의 문학사가 단 하나의 근대성에 기여하는 폭력적인 방식을 표면적으로 거부한다. 완전한 문학사는 '한국 문학사'라는 역동적이고 잠재적인 공간에 가해지는 일종의 폭력일 수 있다는 얘기다.
 

<시선의 문학사>.[사진=문학과지성사 제공]

'시선(視線)'은 저자 자신 그리고 분석 대상인 소설의 등장인물의 그것이다. 그는 이 이중적인 의미의 시선으로 한국 근대문학을 '스캐닝'한다. 그러면서 "문학사를 이해하는 데에는 무엇보다 텍스트가 우선되어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거대한 집적으로 다양성을 변론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특수성과 보편성이 벌이는 역동성을 증명해내기 위한 과정"이라고 역설한다. 문학적 주체와 군중과 여성이라는 타자의 시선 체계를 보여준 김동인과 박태원, 경계인의 시선이 두드러진 염상섭, 토착적 미학과 '내면-풍경'을 구성한 김소월 등 우리에게는 어떤 방식의 문학사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근대(현대) 문학은 민족과 국가라는 공동체에 대한 갈망에도 불구하고, 식민지 규율 권력 시스템 안에서 출발했다. 이는 식민지 내부의 모든 것을 가시적이고 가독적인 것으로 만든다는 측면에서 감시자의 시선을 갖는다. 한국 문학 주체들은 이 시선의 비대칭성 문제, 이데올로기로 인한 강박 등을 인식하지 못하고 내면화하기 바빴다. 

저자는 "여행의 주체, 혹은 기행의 주체와 새로운 세계의 발견이라는 맥락에서 근대적인 주체 형성의 가능성을 암시한다"는 평과 함께 한국 근대 문학의 뿌리를 18세기 박지원의 '열하일기'에서 찾는다. 그는 또 "한국 문학사를 시선의 문제에서 맥락화한다면, '열하일기'에는 향후 200여 년 한국문학 시선의 모험이 거의 망라되어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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